[이 지역 이 연구]<10·끝>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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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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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치-문화의 중심지 ‘600년 도읍’ 정체성 찾는다

1890년대 市전체 모형 제작 등
옛 모습 파악하려 꾸준히 노력

성곽 정비-한옥 진흥 방안 등
보존-개발 사이 접점 모색도


1993년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설립 당시 첫 사업으로 추진한 19세기 말 서울 모형 제작 모습. 산줄기 위로 성곽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 제공 서울학연구소
1993년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설립 당시 첫 사업으로 추진한 19세기 말 서울 모형 제작 모습. 산줄기 위로 성곽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 제공 서울학연구소
1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박물관. 가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1890년대 서울을 1200분의 1로 축소한 7m×7m 모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광화문과 경복궁,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 마포 나루터 등 1867년 경복궁 중건 직후 19세기 말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 모형은 서울 정도 600주년을 1년 앞둔 1993년에 제작됐다. 같은 해 설립된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가 첫 번째로 마무리한 과제였다. “당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부산, 인천의 지역학 연구소는 물론 베이징연합대에 베이징학연구소가 생기는 등 지역 정체성에 관한 연구소가 계속해서 생겨났죠.”(송인호 서울학연구소장·건축학)

서울학연구소는 역사학을 바탕으로 도시경관, 건축, 조경, 문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물리적, 정신적 정체성을 연구해 왔다. 연구원들도 국사, 건축, 도시경관, 국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학자들이다.

올해 3월 열린 국제학술대회 ‘서울 도심의 힘과 격’은 연구소가 어떤 방식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규명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이 학술대회에서 송인호 소장은 1890년대부터 2010년까지 서울성곽, 궁궐, 물길, 한옥밀집지역의 변화상을 연대별로 지도 위에 표기하고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정석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서울 토박이와 전문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청계천 복원 등 서울 도심 공간 변화에 관한 인식의 변화를 분석하기도 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대체로 사업 시행 전 부정적인 시각이 시행 후에는 긍정적인 평가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연구소는 사료를 바탕으로 서울이라는 장소의 변화 과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한강의 섬’ ‘동대문 밖 근대 100년’ 등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고 2006년부터 ‘역사도시 서울과 조선 궁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연구소의 박희용 수석연구원(건축학)과 장지연 연구원(국사학)은 18세기 중반 서울을 그린 ‘도성대지도’와 20세기 서울의 지도를 비교하며 조선 전기 서울의 지도를 그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구소 설립 당시 1890년대 서울을 복원한 데 이어 그 시간을 100년 이상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상구 경기대 건축학부 교수가 1914년 제작된 약 900장의 조선총독부 지적원도를 합쳐 당시 서울의 지적도를 토대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연구자들과의 공동 연구가 활발하고 외부 연구 지원이 많은 것이 서울학연구소의 특징이다.

특히 연구소에서 펴내는 계간지 ‘서울학연구’는 연구소 외부의 젊은 학자들이 서울학의 관점에서 전문 분야를 연구하고 성과를 발표하는 통로다. 서울학 연구지원 사업을 통해 매년 10∼20여 건의 연구를 지원하고 논문을 선별해 ‘서울학연구’에 소개한다.

송 소장은 “최근에는 아오이 아키히토(靑井哲人) 일본 인간환경대 교수가 일제의 신사가 당시 서울 도시 공간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연구는 신사에 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학자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울을 주제로 연구할 수 있도록 설립 당시부터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6월 서울 서대문구 옛 기상청 터인근의 서울성곽 발굴현장을 조사하는 서울학연구소 학자들의 모습. 서울학연구소는 서울성곽, 한옥, 궁궐 등을 통해 서울 도시공간의 변화상을 연구하고 있다.
2008년 6월 서울 서대문구 옛 기상청 터인근의 서울성곽 발굴현장을 조사하는 서울학연구소 학자들의 모습. 서울학연구소는 서울성곽, 한옥, 궁궐 등을 통해 서울 도시공간의 변화상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성곽 중장기 종합 정비 기본 계획’ ‘한옥 건축 진흥을 위한 제도 기반 구축 연구’ 등은 최근 이 연구소가 수행한 학술 용역이다. 서울 성곽이나 한옥 등 서울에 남아있는 전통 건축물을 어떻게 보존하고 그 주변을 개발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을 세운 셈이다.

송 소장은 “서울 전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이 다시 한번 전환기를 맞고 있다”라며 “재개발과 함께 나오고 있는 발굴 성과를 모으고 각종 사료와 연구 결과를 종합하는 ‘서울학의 허브’로서 서울의 정체성을 제시하고 동아시아 역사도시로 연구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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