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882>惡紫之奪朱也하며 惡鄭聲之亂雅樂也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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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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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이 朱色을 빼앗는 것을 미워하며, 정나라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말 잘하는 자가 나라를 전복시키는 것을 미워한다.

‘논어’ ‘陽貨’ 제18장에서 공자는 似而非와 不正이 眞實과 正道를 壓倒(압도)하는 현실을 서글퍼했다. 朱色은 正色으로서 담담한 빛깔이고 紫色은 間色으로서 濃艶(농염)한 빛깔인데, 사람들은 자색을 좋아하므로 朱色이 紫色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정나라 음악인 鄭聲은 淫蕩(음탕)하면서 哀切(애절)한데 사람들이 좋아하므로 雅樂을 鄭聲이 어지럽히고 말았다.

공자는 취향의 변화를 이와 같이 분석하고 국가도 似而非와 不正의 존재에 의해 顚覆(전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利口는 말재간이 빼어난 자를 말하는데 이런 자는 是非와 賢邪(현사)를 뒤바꾸어 말하여 마치 紫色이 朱色을 빼앗고 鄭聲이 雅樂을 혼란시키듯이 나라를 전복시키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의 李瀷(이익)은 ‘去紫放鄭(거자방정)’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禮服(예복)에 紫色을 쓰고 樂律(악률)에 鄭聲을 쓰게 된 것은 시속이 함부로 先王의 예악을 고쳐 아무 기탄이 없게 된 현상을 말해주는 것이므로 공자가 자색을 물리치고 정성을 내쫓으려 했다고 해설했다.

공자가 似而非와 不正이 橫行(횡행)하는 것을 우려했듯이 유학 이외의 諸子百家(제자백가)들도 虛僞의 橫行을 우려했다. 도가의 고전인 ‘抱朴子(포박자)’에도 ‘진실과 허위가 뒤바뀌고 보옥과 막돌이 뒤섞이므로 이 점을 슬퍼한다(眞僞顚倒, 玉石混淆, 故是以悲)’는 말이 나온다. ‘장자’ ‘外物’에는 타락한 유학자가 ‘시경’의 시를 읊으면서 무덤을 도굴하여 죽은 사람의 입에 물려진 옥구슬을 훔치는 이야기가 있다. 似而非와 虛僞가 眞實을 압도하지 않도록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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