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石시인 우화시 3편 발굴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리들이 운다’ 등 1960년 北아동지에 실려
특유의 서정성 표현보다 북한체제 성격묘사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1912∼1995·사진)이 1960년대에 지은 우화시 3편이 발굴됐다. ‘오리들이 운다’, ‘송아지들은 이렇게 잡니다’, ‘앞산 꿩, 뒤산 꿩’ 등 3편은 통일부 북한자료센터가 입수한 1960년 5월호 북한의 ‘아동문학’ 복사본에 실린 것이다.

평안북도 정주 출생의 백석은 광복 후 고향에 그대로 머무른 시인으로 향토성과 토속적인 서정성을 추구했다. 최근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그의 동시 ‘개구리네 한솥밥’이 실리기도 했다. 그가 연인이었던 기생 출신 김영한 씨를 ‘자야’라고 부르며 아꼈던 사실도 알려져 있다. 김 씨는 훗날 요정 ‘대원각’을 운영하다 1995년 이를 법정 스님에게 기증해 오늘날 길상사의 터전을 이뤘다. 1997년 창작과비평사에 2억 원을 기증해 ‘백석문학상’을 제정하도록 하기도 했다.

백석이 1958∼1962년 북한 체제를 찬양한 ‘사회주의 바다’ 등 시 4편을 쓴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우화시가 남한에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석 문학을 연구한 김재용 원광대 국문학과 교수는 “백석은 1957년 5월 북한의 아동문학 논쟁에서 사상성과 관련해 의심을 받았는데, 이번에 발견된 우화시들은 이에 영향을 받은 듯 백석 특유의 서정성보다는 체제의 성격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오리들이 운다’에서는 개울가에 있는 오리들이 노는 모습을 그리면서 “새 조합원이 많이 와서 좋다고 운다”는 표현이 나오고, ‘송아지들은 이렇게 잡니다’에서는 어미 곁에서 자는 송아지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송아지들은 어려서부터도 원쑤에게 마음을 놓지 않으니까요”라며 끝을 맺는다.

백석은 1950년대 중후반까지 북한 문예지 ‘문학신문’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동화시라는 영역을 개척하며 순수성을 유지했지만 1962년에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시를 썼다. 김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우화시는 1957년까지 백석이 썼던 동화시와 1962년에 쓴 체제 찬양시 사이에 컸던 간격을 메워주는 시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들이 운다

한종일 개울가에
엄지오리들이 빡빡
새끼오리들이 빡빡.
오늘도 동무들이 많이 왔다고 빡빡
동무들이 모두 낯이 설다고 빡빡.
오늘은 조합 목장에 먼 곳에서
크고 작은 낯선 오리 많이들 왔다.
온몸이 하이얀 북경종 오리도
머리가 새파란 청둥오리도.
개울가에 빡빡 오리들이 운다.
새 조합원 많이 와서 좋다고 운다. 」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