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90주년]역사의 증인… 생활의 동반자… 모험 파트너…‘동아記者’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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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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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강좌 카레이서 탈북체험
“다방면에 분주한 우리가 최고 리포터”


《3월 17일 오전 9시 30분. 동아일보 21층 회의실에 입사 4∼7년차인 젊은 기자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인터넷뉴스팀 권혜진 기자의 교육을 들으며 분주히 한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해 계정을 만들고 서비스 사용법을 익혔다. 이 서비스의 이름은 ‘트위터’였다. 이미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던 기자들은 동료들에게 트위터의 장점과 취재에 활용하는 법을 설명하는 조교 역할을 시작했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누구보다 변화에 민감하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 인기를 모으면 바로 배우고 익히려 들고, 취재와 기사 작성에 도움이 된다면 아무리 어려운 주제라도 배우려는 열정으로 모여든다. 이날 트위터 강의도 그런 의미에서 마련됐다. 권 기자는 이화여대에서 정보학 전공으로 문헌정보학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의 대표적인 디지털저널리즘 전문가인데 후배 기자들에게 트위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취재에 굉장히 유용하고, 독자들과 거의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교육 배경을 설명했다.》

○ 동아일보 기자라는 사명


90년 역사의 동아일보가 아직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배경에는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독자가 원하는 형태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동아일보의 사명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동아일보는 종이신문이라는 매체의 제약도, 배달이라는 물리적 환경의 제약도 뛰어넘어 다양한 실험을 거듭한다. 다양한 뉴미디어 실험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런 실험이 어떻게 기자들의 삶에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부 주성하 기자다. 북한에서 김일성대를 졸업한 탈북자 출신의 주 기자는 처음 남한에 왔을 땐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컴맹’이었다. 심지어 작동하지 않는 컴퓨터를 고쳐 보겠다는 생각에 ‘컴퓨터클리닝’이라는 간판이 달린 세탁소를 컴퓨터 수리점인 줄 알고 들어갔을 정도였다.

하지만 입사 7년차인 주 기자는 이제 동아일보의 대표적인 ‘멀티 플레이어’가 됐다. 신문에 북한 관련 기사를 쓸 때면 특종보도와 독특한 기획기사를 쏟아내는 건 기본이다. 그는 하루 4만 명이 찾는 자신의 인기 블로그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에도 거의 날마다 글을 올리는 ‘파워 블로거’다. 최근에는 KBS와 자유아시아방송 등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북한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동아일보의 인터넷 방송인 동아뉴스테이션에 출연해 직접 마이크를 들고 스탠딩 리포트를 하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기자 직업은 그저 취재를 하고 글을 쓰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힘든 직업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기자들은 시간을 한없이 쪼갠다. 사명감은 모든 괴로움을 보상하고도 남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남아 있었더라도 별 어려움 없이 출세할 수 있었을 김일성대 출신의 주 기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동포의 참상에 가슴을 치다가 떠나온 길”이라며 “북의 동포들이 신음할 때 그 아픔을 세상에 알리려 최선을 다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위해 글을 쓴다”고 말했다. 생소하기만 한 블로그를 배운 것도, 인터넷 방송을 위해 마이크를 드는 것도 이런 그만의 사명, 동아일보만의 사명을 위해서다.

○ 취재가 곧 즐거움

동아일보 기자는 일을 취미처럼 즐기며 없던 시간도 만들어낸다. 산업부의 석동빈 기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17년 전인 1993년 첫 차 ‘스쿠프’를 샀던 게 석 기자와 자동차의 첫 인연이었다. 마치 값비싼 장난감을 산 어린아이처럼 새 차를 구석구석 살피던 석 기자는 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튜닝과 운전으로 발전시켰다. 취미는 전문적인 관심으로 이어졌고 곧 공부로, 그리고 일로 이어져 석 기자는 이후 자동차 관련 칼럼을 쓰고, 자동차 전문기자로 인정받는 동아일보 대표기자가 됐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다른 회사의 자동차 전문기자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석 기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동차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영역에 해당하는 ‘카레이싱’에 도전한 것이다. 경주장에서 잡은 운전대는 일반 도로에서 잡던 운전대와는 달랐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실전을 치르는 가운데 프로 레이서들과 경주해 좋은 기록을 올리는 데에 이르렀다.

그래서 석 기자의 기사는 재미있고 체험적이며, 현장감이 물씬 풍긴다. 그가 블로그에 적어가는 기사의 뒷얘기들은 더 재미있으며, 때로는 감동까지 선사한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그가 쓰는 글마다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한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석 기자의 한마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 동아일보 기자는 팔방미인

동아일보 기자들이 사랑하는 단어는 ‘변화’와 ‘배움’이다. 동아일보 기자들은 교육의 기회를 가장 사랑한다. 지식을 쌓고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는 즐거움이 자신의 발전과 궁극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취재 분야 외에도 다양한 관심과 식견을 쌓기 위해 전 중국대사로부터 한중관계에 대해 듣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초청한다. 거시적인 주제에 대해 매월 수차례씩 강연의 자리가 마련된다. 또 동영상 촬영 및 편집 교육, 블로그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법, 스마트폰 활용 교육 등 미시적인 주제도 교육 프로그램의 형태로 수차례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동아일보 기자들은 점점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된다.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도전과 용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왜 일은 점점 늘어만 가지?”라며 한숨을 쉬는 이들이지만 기뻐하는 독자들을 볼 때면 바쁜 삶은 기꺼이 감수할 만한 고통이 된다. “독자가 많아지고 인기가 높아지면 없던 시간도 생긴다.” 한 젊은 동아일보 기자의 얘기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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