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대중음악… 걸쭉한 막걸리 한사발… 건축 퍼포먼스, 신명난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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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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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 ‘再 in 스튜디오X 모바일’

12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 기획전시 ‘재(再) in 스튜디오X 모바일’을 찾은 관람객들은 아파트 재개발에 관한 건축 프로젝트 전시와 함께 이 주제를 변주한 음악 퍼포먼스, 동영상, 막걸리를 즐겼다. 손택균 기자
12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린 기획전시 ‘재(再) in 스튜디오X 모바일’을 찾은 관람객들은 아파트 재개발에 관한 건축 프로젝트 전시와 함께 이 주제를 변주한 음악 퍼포먼스, 동영상, 막걸리를 즐겼다. 손택균 기자
한국의 아파트단지 재개발 계획에 대한 미국 대학원생들의 개성적인 대안 프로젝트.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재해석한 디제잉 퍼포먼스. 도심 재개발을 주제로 한 영상물 쇼케이스. 그리고 걸쭉한 막걸리.

건축설계사무소 더 리빙의 양수인 소장(35·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이 12일 오후 8시 서울 연세대 공대 앞 간이전시시설 ‘방방’에 마련한 기획전시 ‘재(再) in 스튜디오X 모바일’의 콘텐츠들이다. 건축, 음악, 사진, 술이 무대를 둘러싼 사람들 속에서 한데 섞여 흡수됐다.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사람들 옆에 삼삼오오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관람객 정혜정 씨(26·숙명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는 “환경과 건축 관련 주제에 관심이 많지만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모형과 텍스트만 보여주는 전시는 이해하는 데 늘 한계를 느꼈다”며 “주제와 연관된 음악과 영상을 함께 들려주고 보여주니까 기획자의 의도가 더 절실히 와닿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아파트 재건축 계획을 대상으로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학생 8명이 구상한 대안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양 소장은 “인터넷 지도와 위성사진만으로 용지를 답사해 초안을 만든 외국 학생들에게 실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재건축에 대한 나라 밖 시각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미국 이란 중국 러시아 스페인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한국 사회의 주거 계획 키워드를 금세 찾아냈다. 크리스토 로건 씨는 뚜렷한 남향 선호 경향에 흥미를 갖고 ‘극단적 남향 공동주거’ 계획을 제안했다. 아파트 평면 너비를 3m로 통일해 모든 방을 남쪽 외벽에 일렬로 붙인다는 발상이다. 양 소장은 “건물 구조를 지지하기 위해 덧붙여 만드는 동서 방향 부분의 매력도 예상 밖으로 살아나 흥미로웠다”며 “이방인의 몽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부 수용할 수 있는 시사점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 2010의 지원을 받아 만든 간이무대에서는 DJ소울스케이프의 ‘사운드 오브 서울’ 공연이 펼쳐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그의 퍼포먼스는 지난 수십 년의 한국 도시 개발을 상징하는 아파트 재건축을 주제로 한 전시와 공명을 자아냈다. 영화감독 김정훈 씨는 사진작가 진효숙 씨가 재건축 아파트를 주제로 찍은 사진에 자신의 영상물을 섞어 두 개의 모니터로 텍스트와 함께 선보였다.

양 소장은 지난해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과 미국 뉴욕 이스트리버에서 각각 공개한 ‘리빙 라이트’와 ‘앰피비어스(amphibious·수륙양용) 아키텍처’ 등의 설치 작업에서 환경과 인간의 직접적 소통을 시도해 주목받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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