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Q|강남은 왜 칵테일 열풍?] 요즘 강남걸, 내 손에 취했다? 칵테일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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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7시 00분


‘이것이 세계 대회 입상한 셰이킹.’  칵테일이 요즘 음주 트렌드의 가장 ‘핫’ 한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데는 바텐더들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제1회 월드 클래스 바텐더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해 칵테일 붐의 촉매 역할을 한 임재진 씨.
‘이것이 세계 대회 입상한 셰이킹.’ 칵테일이 요즘 음주 트렌드의 가장 ‘핫’ 한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데는 바텐더들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제1회 월드 클래스 바텐더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해 칵테일 붐의 촉매 역할을 한 임재진 씨.
□ 월드 바텐더대회 4위 입상 임재진 바텐더

그가 말하는 ‘칵테일 열풍’

칵테일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불기 시작한 칵테일 열풍이 지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칵테일을 모르면 트렌드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커피바K’, ‘74라운드’, ‘고센’ 등의 서울 강남의 이름있는 칵테일 바가 성업 중이고, 각종 파티의 파티어들은 칵테일을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 강남 일대 클럽에서 활동 중인 파티 프로모터 신동화 씨는 “파티어가 1000명 오면 보통 칵테일이 500∼600잔 가량 나간다. 현재 칵테일은 파티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칵테일 바를 즐겨 찾는다는 대학생 최영근 씨는 “이런 술도 있구나하는 오묘한 맛에 빠졌다. 다양하고, 창의적이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칵테일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요즘 바텐더 양성 기관은 경쟁이 치열하다. 얼마전 수강생을 뽑은 조니워커스쿨의 입학 경쟁률은 5대 1. 20대는 물론이고 40대까지 지망자도 다양하다. 모두 칵테일을 배워 직업으로 삼겠다는 사람이다. 조니워커스쿨 홍재경 원장은 “바텐더가 되려는 열기가 대단하다. 직원을 교육 시키려는 사장들의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칵테일 붐이 뜨거워진 데는 촉매 역할을 한 주인공이 있다. 현재 디아지오 코리아의 필드 앰버서더인 임재진(28) 씨다. 그는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회 월드 클래스 바텐더 대회에서 전 세계 25개국 바텐더들과 겨뤄 4위에 입상했다. 그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시 그가 일하던 커피바K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임재진씨를 만나 요즘 칵테일 열풍에 대해 들어봤다.

클럽 손님 절반 이상 칵테일 팬
현란한 칵테일쇼? 이젠 없어요
상상 뒤집기 ‘쉐이킹’
베이컨 도 넣고…커피도 넣고…
즉석에서 보여주며 새 맛 찾기
흥청망청 ‘무조건 달려’는 옛말


○ 창조적인 칵테일, 소비자를 이끌다

“한 무명의 바텐더가 심사위원들 앞에서 시거 잎과 피트(위스키를 만드는 데 메인이 되는 흙)를 태워요. 연기는 함께 있는 위스키 베이스의 칵테일로 날라 왔고, 연기가 충분히 맴도는 순간 커버로 칵테일 글라스를 덮어요. 심사위원에게 눈을 감으라고 한 뒤 커버를 열었어요. 시거와 피트가 결합한 향은 심사위원의 코와 뇌를 자극하죠.”

임재진 씨는 세계 대회에서 자신의 출전 장면을 이렇게 회상했다. 대회 전 그는 이름 없는 바텐더에 불과했지만 대회가 끝나는 순간 세계적인 바텐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핵심은 ‘창조성’에 있다.

불과 10여년 전인 1990년대 중·후반만 해도 칵테일과 바텐더하면 우리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플레어(칵테일쇼)를 연상했다. 하지만 이런 쇼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칵테일 발전을 막았다. 칵테일 자체 보다 쇼로 승부했기 때문.

“지금 찾아오는 손님들은 예전과 달라요. 그동안 듣지도, 보지고 못한 새로운 칵테일을 원해요. 그래서 만들어 드렸는데 이게 딱 히트한 것 같아요. 사실 우리보다 칵테일 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이미 창조적인 칵테일이 시도되고 있었어요.”

칵테일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베이컨을 위스키에 숙성해 기름을 계속 걸러낸 뒤 칵테일에 부어 베이컨의 구운 맛을 몰트에 입히는가 하면, 깔루아 대신 커피 빈을 볶아 보드카에 넣은 뒤 뚜껑을 덮고 숙성해 내놓는다. 이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요즘 국제적인 칵테일의 트렌드다.

○ 드라이해도, 씁쓸해도, 강해도 좋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동안 새콤달콤한 맛의 칵테일을 선호했다. 칵테일 리스트에 아무리 종류가 많아도 대부분 준벅, 미도리 사우어, 골든 메달리스트, 피나 콜라다 등을 찾는다. 베이스가 되는 술은 주로 보드카. 위스키는 향이 나 폭탄주 같은 느낌이 들어 싫고, 럼은 생소하고, 브랜디는 언더락으로 마시는 게 좋다는 이유로 향이 없는 보드카를 선호했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여러 베이스의 술과 강한 맛, 씁쓸한 맛 등 다양한 맛을 골고루 좋아해 바텐더들이 늘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우리 고객들은 익숙한 것만 찾아 그런 도전이 어려워요. 그런데 그게 달라졌어요. 이제는 손님들이 먼저 새로운 스타일의 칵테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요. 또 어떻게 만드는지, 다른 거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 호기심을 보이며 물어 보세요. 이런 손님들의 변화가 칵테일 열풍에 큰 역할을 하는 거죠.”

○ 오거닉 열풍도 한몫 했죠

몇 년 전부터 먹거리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건강을 우선시하는 ‘오거닉’(유기농)이다. 칵테일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생각하는 칵테일이 2010년 인기를 주도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전에는 칵테일에 가공 주스를 썼어요. 요즘에는 손님이 보는 앞에서 신선한 생과일을 짜서 만들어요. 몸에 좋은 생과일로 하니까 많이 좋아하세요. 허브를 넣고 만드는 모히토 같은 칵테일은 한 잔이 약이 될 수 있어요. 술을 마시면 피곤한 게 아니라 오히려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콘셉트로 변화한 게 주효했죠.”

이런 변화는 20∼30대의 젊은 층이 주도한다. 속된 말로 ‘필름이 끊어질 때까지 무조건 달린다’는 음주 문화에 익숙한 40∼50대와 달리 이들은 술 한 잔도 몸을 생각하며 선택한다. 오거닉 음식에 오거닉 칵테일을 곁들인다.

“몸에 좋은 브런치를 먹으며 칵테일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이제 어렵지 않아요. 세상은 달라지고 있어요.”

○ 임재진씨는 누구?

임재진 씨는 2009년 출전한 제1회 월드 클래스 바텐더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올해 1월 디아지오 코리아의 필드 앰버서더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업장을 돌아다니며 바텐더들에게 칵테일 교육을 하고, 해외 스타 바텐더들을 초빙해 트렌디한 칵테일 문화를 소개하는 중책을 맡았다. 사실 그는 2005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다. 그런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중 칵테일의 매력에 빠졌고, 서울 청담동 트라이베카와 커피바K에서 집중적인 연습을 한 지 4년 만에 한국 1위, 세계 4위의 바텐더가 됐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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