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소믈리에, “채소와 대화해요”

  • Array
  • 입력 2010년 2월 4일 10시 14분


코멘트
채소소믈리에 김은경 - 15년 경력 요리연구가
채소소믈리에 김은경 - 15년 경력 요리연구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채소·과일에 대해 선입관을 갖고 있어요. 각자 좋아하는 채소, 싫어하는 채소 등이 있잖아요. 채소 소믈리에는 그런 선입관을 채소·과일과의 대화로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요.”

15년 경력의 요리연구가인 김은경(43)씨는 맛있는 요리 이상인 건강한 요리를 만들고 싶어 지난 2008년 8월 채소 소믈리에의 본 고장인 일본으로 건너갔다. 김 씨는 건강한 요리 만들기의 첫 걸음은 올바른 식재료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채소 소믈리에’의 정식 명칭은 ‘채소&과일 마이스터’. 와인을 추천해주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몸에 좋은 채소와 과일의 정보를 제공해 채소 소믈리에라는 애칭으로 주로 불린다.

그렇다면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과일과 대화를 어떻게 나눌까.
토마토를 예를 든 김 씨는 ‘이 토마토는 어디서 샀나’, ‘어떤 상태로 가져왔나’, ‘어떤 유통과정을 거쳤나’, ‘어떤 사람이 어떻게 재배를 했나’ 등의 질문을 던지며 토마토를 구입하기까지의 과정을 반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김 씨는 이러한 질문들이 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누군가의 정성이 들어간 토마토가 건강한 상태로 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단순한 토마토 섭취가 아닌 영양덩어리를 먹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채소 소믈리에 김 씨가 추천하는 건강한 과일·야채 섭취 방법은 무엇일까?
제일로 꼽히는 것은 제철에 신선할 때 먹는 것이다. 또 흔히 과일·야채는 익히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원하는 영양소에 따라 섭취방법은 달라진다. 토마토를 예를 든 김 씨는 비타민 C를 섭취하기 위해선 생으로 먹는 것이 좋지만 항암효과가 있는 리코펜 성분은 토마토를 물에 끓여야만 리코펜 섭취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채소·과일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채소 소믈리에의 역할들 중 하나다. 김 씨는 동절기 채소인 무,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등을 요즘 제철 채소로 추천했다. 이 중 무를 이용해 ‘무 스테이크’ 요리를 선보였다. (동영상 참조)

8년 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채소 소믈리에 교육과정은 채소·과일을 생산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 유통 관련 사람들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채소·과일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생산자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등의 전달 역할을 위해서다.
하지만 채소 소믈리에 교육프로그램은 주부와 일반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본인들의 밥상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다. 농가 생산자, 유통관련업무자, 가공식품 개발자, 유치원 보모, 미용관련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수업에 참석한다.
채소 소믈리에는 주니어 마이스터, 마이스터, 시니어 마이스터 등 3단계로 나뉘어져 일본 채소·과일 협회에서 주최하는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 중 김 씨는 지난 2008년 8월에 주니어 마이스터를 취득해 현재 마이스터 자격 취득을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일본 내 주니어 마이스터 채소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3만 여명. 마이스터는 700~800여 명, 시니어 마이스터는 40여 명 정도다.
현재 국내 예비 채소 소믈리에는 29명. 이들은 일본과 같은 커리큘럼으로 김 씨에게 수업을 받고 있다. 오는 2월 6일 치러지는 시험을 통과하게 되면 일본 협회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을 얻게 된다. 참고로 국가 자격증이 아닌 민간 자격증이다.
국내 수강생들도 일본 수업 참가자들 못지않게 영농 후계자, 대기업의 주스개발자, 요리연구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듣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지방에 내려가 채소·과일 산지를 직접 방문한다는 김 씨는 “농가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우리나라의 자체 모종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각 나라의 토양, 기후 등에 맞게 모종을 개발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어진 것들이 대부분 일본 모종이라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모종도 나름 수입품이다 보니 가격이 많이 비싼 편이라고 한다. 김 씨는 “물론 수입품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자체 모종 개발을 원한다는 농가 분들의 소망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농법의 중요성을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알아야 한다”며 “모든 채소과일이 100%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되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직격인터뷰 = ‘채소소믈리에’ 김은경, “채소와 대화해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