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왜 그랬을까’… 인간행동의 비밀을 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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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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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2004년 유럽선수권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의 실축은 사회적 억제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북스·북하우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2004년 유럽선수권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의 실축은 사회적 억제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북스·북하우스
◇오래된 연장통/전중환 지음 256쪽/1만5000원·사이언스북스

진화 과정서 맞닥뜨린 현실 문제
마음에 담긴 ‘본능의 도구’로 해결


재미있게 풀어 쓴 심리학책 두 권이 나왔다. 두 권 모두 일상 행동과 사회현상의 분석으로 인간의 심리를 파헤쳤다.

‘오랜된 연장통’은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쓴 책이다. 진화심리학은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좋은 번식 상대를 고르는 등 진화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수많은 심리 기제(機制·작용이나 원리)들의 집합이다.

경희대 학부대학 교수인 저자는 “판자를 자르기 위한 톱, 구멍을 뚫기 위한 드릴처럼 인간의 마음은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게끔 특수화된 수많은 공구가 담긴 연장통”이라고 말한다.

야구장에서 원정팀 선수들을 윽박지르는 홈팬들, 외국인 혐오증은 병균에 대한 심리적 방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인류는 끊임없이 세균의 침입에 맞서 싸워왔는데 지역에 따라 균이 달라 면역계도 다르게 진화했다. 저자는 “한 지역의 토착 병균을 잘 다스리는 유사한 면역력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토착 세균에 적응한 외부인과 함부로 접촉했다가는 새로운 세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배타적인 성향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고기는 약이자 독이다. 최고의 영양분이기도 하지만 상하기 쉬워 조심해야 한다. 진화인류학자 대니얼 페슬러의 조사에 의하면 78개 문화권의 금기음식 중 85%가 고기였다. 유대인은 돼지고기와 조개를, 북미 나바호 인디언들은 물고기를 금한다. 생물학자 새뮤얼 플랙스먼은 각국 5432명의 임신부를 조사했는데 가장 구역질을 일으키는 음식은 역시 고기였다. 저자는 “우리의 음식 선호와 기피 기제는 독소를 피하면서도 에너지원을 충분히 얻어야 하는 과제를 달성하게끔 자연선택이 빚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종교는 ‘행위자 탐지’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산에서 작은 소리를 들었을 때 별것 아닌데도 깜짝 놀라는 것은 인류가 맹수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 위험이 존재한다고 믿고 발 빠르게 대처하도록 진화한 결과다. 일단 무언가 있다고 판단하는 탐지 적응 때문에 인간은 하늘에서 예수와 비슷한 모양의 구름을 보고 예수의 얼굴이 나타났다고 확신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은 자연스럽게 악령이 존재하고 이로부터 사람을 지켜줄 신이 있다는 관념으로 이어진다.

◇심리학의 힘/전우영 지음 384쪽/1만3800원·북하우스

실축한 베컴… ‘기부천사’ 문근영…
유명인의 행동에 담긴 심리 구조


‘심리학의 힘’은 사회심리학을 빌려 인간행동을 설명하는 책이다. 사회심리학은 문화, 제도, 규범 등이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행동, 영화의 등장인물 등을 예로 들어 인간 심리를 설명한다.

영화 ‘해피엔드’에서 여주인공(전도연)은 불륜을 저지르다 남편에게 살해되는 처참한 최후를 맞는데 많은 사람이 그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배우 전도연의 동안(童顔)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동안인 사람에 대해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졌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이런 기대가 깨지면 보통사람보다 더 혹독한 처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2004년 유럽선수권 8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킥의 달인인 베컴이 이런 실수를 저지른 이유를 저자는 ‘사회적 억제’ 현상으로 설명한다. 이 개념은 많은 관중이 자신의 행위를 지켜보는 경우 개인의 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사람들이 지켜보면 능률이 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사회적 촉진’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쉬운 일은 촉진을 일으키도록 여러 사람과 함께하고 어렵거나 처음 접하는 일은 억제를 방지하기 위해 혼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배우 문근영의 기부는 동일시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문근영은 2008년 6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엄마를 정말 좋아했는데 엄마한테 좋은 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근영의 부모는 그가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벌게 될 돈의 일부를 좋은 일에 쓰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저자는 “아동이 동일시하는 대상이 약자에 대해 배려하는 세계관을 가졌다면 아동은 동일시를 통해 이런 세계관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한다”고 말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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