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가야 아이의 머리는 왜 납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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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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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태어나서/송기호 지음/248쪽·1만4500원·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송기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송발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발해 연구에 천착한 학자다. 그런 그가 눈을 안으로 돌려 생활사를 엮어냈다. 이 책은 ‘송기호 교수의 우리 역사 읽기’ 시리즈 가운데 첫 권이다. 민초들의 편지에서부터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각종 사료를 토대로 쉽게 풀어 쓴 이야기들은 ‘할머니가 해주던 옛이야기’처럼 정겹다.

저자는 우선 차(茶)문화를 비롯한 음식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종실록을 보면 “우리나라에선 대궐 안에서도 차를 쓰지 않는다”는 세종의 말이 기록돼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온 사신을 대접할 때는 인삼차를 썼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 국을 곁들이는 식습관은 위기 때 걸림돌로 여겨졌다. ‘(원나라 잔당인) 타타르가 성을 공격할 때에 이기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은 유목민으로서 음식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은 항상 음식으로 일을 삼으니, 급할 때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세종실록)

저자는 한국인의 체질에 대해선 100여 년 전 서양인들의 기록을 소개한다. ‘한국인들은 잘생겼고 체격도 좋은 편이다.’(이사벨라 버드 비숍), ‘평균 이상의 신장과 힘든 일에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체력을 지닌 한국인은 우수한 종족임에 틀림없다.’(카를로 로세티)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봤을까. 저자는 “우리의 자화상을 추적하다 보니 제일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물산이 적은 나라’ ‘약소국가’란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고려 말 이제현은 “우리나라는 지방이 1000리에 불과하고, 그중에 산림, 내와 못 등 경작하지 못하는 토지가 10분의 7이나 된다”고 한탄했다.

장례를 축제처럼 치른 전통은 고구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따르면 고구려인은 사람이 죽으면 처음에 슬피 울지만 장례를 치르면서는 북치고 춤추고 음악을 연주하며 떠들썩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저자는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 부모가 돌아가시면 지극히 애통스러워해야 한다고 여긴 성리학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 사대와 자주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던 조선시대의 외교, 노인을 우대하던 농경사회의 예절, 아이가 태어나면 돌로 머리를 납작하게 눌러 편두((변,편)頭)를 만든 가야의 풍습 등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됐다.

2권 ‘시집가고 장가가고’(312쪽·1만5000원)는 가족과 의식주, 3권 ‘말 타고 종 부리고’(339쪽·1만5500원)는 신분세계와 유토피아를 주제로 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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