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14>躬自厚而薄責於人이면 則遠怨矣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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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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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나라 학자 呂祖謙(여조겸)은 젊어서 기질이 거칠어서 밥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릇을 부수고는 했다. 뒷날 병을 앓으면서 ‘논어’를 읽게 되었는데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을 읽고는 문득 깨달아 거칠게 성내는 기질을 버렸다고 한다.

조선 숙종 때 昭儀(소의) 張氏(장씨·장희빈)의 어머니가 지붕 있는 가마를 타고 대궐 안으로 들어오자 사헌부 지평이던 李益壽(이익수)가 가마를 불태우고 종을 잡아다가 다스렸다. 처음에 숙종은 그가 멋대로 형벌을 내렸다 하여 禁吏(금리)에게 죄를 주라고 명했다. 그러다가 다시 下敎(하교)하기를 “七情 가운데 성내는 것만은 제어하기 어려우니, 전날의 일이 참으로 후회스럽다. 여조겸은 필부인데도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었거늘,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번 일로 나 자신을 경계하노라”고 했다.

躬自厚는 스스로 자기 잘못을 질책하기를 두텁게 한다는 뜻이다. 薄責於人은 남을 질책하기를 적게 한다는 말로, 남에게 완전하기를 요구하지 않아서 남을 심하게 질책하는 일이 적다는 뜻이다. 遠怨은 원망을 멀리하게 된다는 말로, 遠은 동사다. 자신이 남을 원망하는 일이나 남이 자신을 원망하는 일이나 모두 멀어지게 하여 결국 원망이 없게 만든다는 뜻이다. 옛사람은, 자신을 많이 질책하면 나의 덕이 닦여서 원망이 없게 되고 남을 덜 질책하면 남이 나를 쉽게 따라서 원망을 듣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남의 작은 잘못까지 샅샅이 찾아내려는 행동을 두고, 털을 불어 흠을 찾듯이 한다고 해서 吹覓(취멱)이라 한다. 현명한 사람은 自省(자성)을 귀하게 여기겠지만, 범용한 나는 내 눈 안의 들보같이 큰 잘못을 좀처럼 보지 못한다. 여조겸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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