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 전집과 23년간 씨름”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20권 완역 김화영 교수 “그의 작품 아직도 신선해”

“사람들은 늙어 사라져도 카뮈의 작품은 조금도 늙지 않았다. ‘이방인’은 오늘날에 새로이 떠오르는 그 어느 소설 못지않게 젊고 ‘전락’은 그 어떤 첨단의식보다 신랄하다.”(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한국어판 전집(책세상)이 50주기(2010년 1월 4일)를 앞두고 완간됐다. 1987년 첫 권 ‘결혼·여름’이 번역 출간된 지 23년 만이다. 불문학자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68·사진)가 소설, 희곡, 에세이를 포함해 총 스무 권에 달하는 전집을 홀로 번역했다.

전집의 마지막 책인 ‘시사평론’을 최근 번역 출간한 그는 “처음 ‘결혼·여름’을 번역할 때는 그저 내가 유난히 좋아했던 카뮈의 산문 중 온전한 번역이 나와 있지 않은 책을 번역한다는 즐거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초엔 7, 8년 안에 끝낼 계획이었지만 강의와 현장비평을 병행하다 보니 기간이 길어졌다.

김 교수가 번역한 카뮈 전집은 프랑스의 갈리마르 출판사와 독점계약을 하고 국내에 출간한 것. 대표작 ‘이방인’을 비롯해 소설 ‘전락’ ‘행복한 죽음’ ‘페스트’ 산문 ‘안과 겉’ ‘반항하는 인간’, 희곡 ‘정의의 사람들·계엄령’ 등이 포함됐다. ‘젊은 시절의 글’ ‘칼리굴라·오해’ 등 10편은 국내 초역. 국내 독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사평론’ 2, 3권과 알베르 카뮈·장 그르니에 서한집은 전집에서 제외했다.

김 교수는 카뮈의 목소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스탈린식 공산주의의 위험을 경고하고 세계화 시대를 예감했던 카뮈의 ‘시사적’인 목소리는 조금도 늙지 않았다”는 것. 그는 “이 전집이 살아 있는 카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속의 팡테옹(대신전·위인의 묘지)이 되는 몽상에 잠겨본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