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디저트의 천국 日에 맛들이면 관광객들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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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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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맛 어디에 있을까

“혹여 시간 나면 모찌 하나 사다주시면 좋겠네요. 바쁜 일정에 무리하진 마시고….”

가끔 e메일로 안부를 주고받는 지인의 이 작은 부탁을 받았을 땐 미처 몰랐습니다. 짧은 도쿄행에서 모찌 하나를 사는 게 얼마나 고민되는 일인지를. 그도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가볍게 모찌를 지목했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엔 모찌 말고도 장인 정신에 탄복하게 되는 디저트가 넘쳐났습니다. 정작 모찌를 사야 하는데, 다른 디저트들이 어찌나 달콤하게 유혹을 해 오던지요.

일본 전통과자(와가시·和菓子)를 파는 ‘도라야’(虎屋)는 768년 전통의 장수기업입니다. 도쿄 미드타운의 매장은 문 대신 커다란 붓글씨로 ‘호’(虎)라고 쓴 휘장을 내려 신비로웠죠. 일본 전통 그릇, 보자기와 함께 놓인 양갱과 모나카는 마치 루이뷔통 매장의 패션소품 같았습니다. 과자가게가 장수기업이 된 저력일 겁니다. 그뿐인가요.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지은 복합쇼핑몰 오모테산도힐스 내 ‘델 레이’는 매일 벨기에에서 수제 초콜릿을 비행기로 공수해 팝니다. 역시 초콜릿이 보석처럼 진열돼 있습니다. 국민들의 못 말리는 디저트 사랑 덕분에 일본은 ‘코스모폴리탄 디저트 천국’이 됐습니다.

‘나의 달콤한 도쿄’란 책을 쓴 요리연구가 박현신 씨는 “일본인은 예로부터 차를 즐겨 서민들도 디저트를 먹는 호사를 부린다”고 말했습니다. 달콤한 디저트는 피로한 삶에 행복한 엔도르핀을 줍니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과 호텔들도 뒤늦게나마 디저트 코너를 늘리고 있습니다. 교동한과가 올해 천연 발효과자인 ‘고시볼’을 형형색색 현대적 감각으로 내놓고 있는 것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래저래 엉뚱한 디저트만 잔뜩 눈요기하다, 어쩌다 숙제가 돼버린 모찌 쇼핑은 나리타공항 면세점에서 했습니다. 그곳 역시 제품 포장조차 얄밉게 예쁜 ‘모찌 박람회장’이었죠.

“혹여 시간 나면….” 외국인들은 한국을 방문하는 지인들에게 어떤 디저트를 사다 달라고 부탁할까요.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김은 디저트가 아니죠. 고급 한식당에서 나오는 얼린 홍시는 좀 더 세련된 상품화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한과와 떡? ‘달콤한 한국’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킬, 국가대표급 디저트가 언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크기가 작은 디저트는 맛과 멋의 집결체입니다. 맛있는 게 많아 찾고 싶은 나라, 예술품처럼 귀하게 곁에 두고 싶은 디저트가 있는 나라, 그곳이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쿄에서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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