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공중전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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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2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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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을 지나 누추한 구멍가게 한구석. 찌그러진 동전을 꼭 쥐고 앞사람의 통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조심스레 사랑을 속삭이던 시절. 잔돈이 남아 수화기가 위에 놓인 공중전화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기억. 이렇게 서민의 희노애락을 담아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준 공중전화가 사라지고 있다.

공중전화의 설치 목적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에 설치해 편의를 제공’하는데 있다. 하지만 핸드폰이 대중화 되면서 그 ‘필요성’이 사라졌다. 공중전화기는 1999년 유무선을 포함해 전국에 56만 여대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점점 감소해 올해 9월 기준 약 9만 7천대 정도가 무인시스템으로 남아있다. 반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4700만 명이다. 휴가 나온 군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이 이용할 뿐이다. 이 때문에 연간 유지 관리비 1천억 원 중 매년 73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이처럼 공중전화 수요가 감소하고 손실이 지속됨에 따라 ‘애물단지’가 돼 버린 공중전화기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안에 공중전화 감축과 손실분담금 개선 등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방통위는 지난 달 공중전화와 시내전화 등 보편적서비스 손실분담금을 둘러싼 제도 개선에 착수하고 KT가 제기 중인 공중전화 감축 문제를 통신사 간 협의하도록 했다.

KT는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공중전화, 산간오지 시내전화, 선박무선, 도서통신 등 수익성은 없지만, 꼭 필요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출액 300억 원 이상의 14개 기간통신사로부터 매년 1천억 원 가량의 손실금을 보조받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공중전화 손실분담금 규모는 약 35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기간통신사들은 KT가 손실분담금에 의지해 지나치게 많은 공중전화를 운영한다며 대대적인 감축 조치와 함께 공중전화 설치 및 철거, 재배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이동전화 보급으로 효용이 많이 줄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통화, 응급 상황 시 비상 연락 수단 등 공중전화의 가치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라며 “철거 기준이 없어 하루에 1~2명이 이용하는 곳임에도 놔둘 수밖에 없었던 공중전화의 합리적 재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KT는 2000년 대비 공중전화 관련인력 66% 감축과 시설 수 34% 축소 등으로 운용비용을 74% 절감하는 등 지속적인 경영효율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회사들이 치르는 비용은 결국 통신가입자들의 몫이다. 공중전화기의 수요를 정확히 분석하고 설치기준을 명확하게 밝혀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 할 때이다.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shk9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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