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처럼 사는 ‘판박이 인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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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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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안수진 ‘Frame’전

‘움직임의 시학’을 추구하는 안수진 씨는 기계와 인간의 불협화음적 상황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고미석 기자
‘움직임의 시학’을 추구하는 안수진 씨는 기계와 인간의 불협화음적 상황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고미석 기자
안수진 씨(47)는 기계를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는 작가다.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 생소한 전자 키네틱 작업을 선보여온 그는 첨단기계가 아니라, 만든 이의 숨결이 느껴지는 소박한 기계가 작동하는 움직이는 조각으로 인간적 정서를 표현한다.

‘움직임의 시학’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을 모은 ‘Frame’전이 12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02-3217-6484)에서 열린다. 해마다 중견 전업작가 2명을 선정해 개인전을 지원하는 ‘오늘의 작가’전으로 기획된 전시다.

전시에 나온 설치작품들은 ‘이미지’가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사람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계단’의 경우 네모난 틀 속에 나무 계단이 펼쳐져 있고 그 옆에 가로등이 서 있다.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고 꺼질 때마다 끝없는 길을 걷는 인간의 모습이 연상된다.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보여주는 ‘평면의 시간’, 이념대립을 풍자한 ‘어느 회색분자의 날개’, 자살을 유예하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는 예술가를 상징하는 ‘예술가의 침대’ 등 작품마다 상상력을 일깨우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안 씨는 “내 작품은 시각적 움직임만이 아니라 서사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키네틱 아트와 구별된다”며 “기계 문명에 대한 비판과 판박이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기계와 인간의 불협화음적 상황이라는 주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움직임이 지닌 미학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체조선수처럼 평균대를 빙글빙글 돌아가는 장치가 있는가 하면, 높은 다이빙대를 올라가다 중간에 포기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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