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과의 재회… 1965년 유작전 79점 중 20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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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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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시작품 전체 도록도 나와

박수근의 ‘독서’ 사진 제공 갤러리현대
박수근의 ‘독서’ 사진 제공 갤러리현대
1965년 10월 6∼10일 서울 소공동 중앙공보관 화랑에서 가난한 서민의 일상을 따스한 정감으로 그린 회화 79점을 선보인다. 곤궁한 형편 때문에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화가가 그토록 소망했던 첫 개인전. 하지만 작품 발표를 준비해온 화가는 5월 6일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첫 전시가 유작전이 된다. 바로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유작전이다.

그때 출품된 작품 중 20점이 한자리에 다시 모였다(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두가헌갤러리). ‘귀로’ ‘산’ ‘청소부’ ‘독서’ 등 투박하고 정겨운 그림과 오랜만에 재회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화가의 전작 도록을 준비 중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서 ‘박수근 화백 유작전’ 도록을 발간하면서 성사됐다. 당시의 8쪽짜리 팸플릿과 같은 크기(23.5×16cm)로 제작한 도록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할아버지와 손자’ 등 79점의 사진이 실렸다. 화가의 부인 김복순 여사(1922∼1979)가 남동생을 시켜 찍었던 작품 사진의 슬라이드를 협회가 넘겨받아 책을 펴낸 것. 23일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내 묘역에서 도록 헌정식이 열린다.

생전에 화가는 400∼500점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350여 점이 알려져 있다. 송향선 감정위원장은 “미공개 작품을 발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록 발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를 마련한 갤러리현대 박명자 대표는 “대부분 개인 소장자에게 어렵게 빌려온 작품들”이라며 “돈이 없어 손수 만든 액자에 물감을 칠한 ‘박수근 액자’를 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기는 작아도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그림들. 그 웅숭깊은 아름다움 속에 가난했던 시절, 소박하고 순수한 한국인의 원형질이 스며 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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