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가 그린 신선, 단원이 그린 고승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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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도석화 특별전
도교-불교 소재 100여점 소개

도석화(道釋畵)란 신선과 고승 등 도교와 불교적 소재를 다룬 그림을 말한다. 12세기 중국 송대에 ‘도석화’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초창기에는 예배 대상의 종교적 그림을 가리켰으나 차츰 사람들이 감상하는 회화의 장르로 그 범위를 넓혀갔다. 국내에 도석화가 전래된 것은 고려시대지만 당시 고승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기록만 있고 작품은 남아 있지 않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18일∼11월 1일 조선시대 신선과 고승 그림 1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도석화 특별전’을 가을정기전으로 마련했다. 이정과 김명국을 비롯해 정선 최북 심사정 김홍도 이인문 김득신 신윤복으로 이어지는 도석화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작품들을 보면 대상의 형질을 굵은 필묵으로 함축해 표현하는 감필 인물화법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한데 성리학이 지배했던 조선 시대에 어떻게 도석화가 맥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종교화가 아니라 장수와 부귀 등 인간의 오복을 추구하는 감상용 그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도석화는 사회가 안정된 시기, 태평한 시대일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많이 제작됐다.

전시를 기획한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최완수 연구실장은 “조선 초기 중국풍의 기괴한 용모를 가진 신선그림이 유행했으나 겸재의 진경시대가 열리면서 인물의 모습이 우리 얼굴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특히 도석화의 대가인 단원 김홍도는 불심을 가진 정조의 측근인 데다 말년에 독실한 불교신자가 되면서 우리 이웃의 모습으로 많은 신선과 선승의 그림을 남겼다. 그러나 오원 장승업에 이르면서 중국풍 신선도가 다시 등장하고 진경풍속화풍 도석화의 맥은 끊긴다.

흰 나귀를 타고 다녔다는 장과로, 양치기에서 신선이 된 황초평, 갈대를 타고 강을 건넜다는 달마대사 등 각 그림 속 도상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전시를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다. 02-762-044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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