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의 ‘십현담요해’ 언해본 발견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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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왼쪽) 서고에서 발견된 ‘십현담언해’. 사진 제공 백련암
성철 스님(왼쪽) 서고에서 발견된 ‘십현담언해’. 사진 제공 백련암
성철 스님 서고 정리중 나와
문화재 목록에 없는 희귀본
16세기 어휘 담긴 중요자료

16세기 특이한 우리말 어휘를 담은 희귀 문헌이 경남 합천군 해인사 백련암에서 발견됐다.

백련암의 원택 스님은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성철 스님(1912∼1993)의 장경각 서고를 정리하다가 1475년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쓴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를 한글로 번역한 ‘십현담언해(諺解)’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십현담언해는 1548년 인천 강화군 정수사에서 판각된 것으로 가로 24.9cm 세로 15cm, 44쪽 분량이다. 십현담요해는 중국 당나라 상찰(常察·?∼961) 스님이 수행자의 자세 등 선(禪)의 핵심을 10개의 시구(詩句)로 정리한 ‘십현담’에 주석을 단 책이다.

책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고(古)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혀ㅱㅣ’ ‘서러’(의미는 불명확) 등 희귀 어휘가 나온다. 또 부처를 ‘뿌텨’로 표기했는데, 당시 다른 문헌들에는 부처를 ‘부텨’로 썼다. 이 책을 살펴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진호 교수는 “된소리 표기가 많은 것이 특이하다”며 “조선시대 우리말의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희귀 어휘의 뜻을 연구 중이다.

이 책이 16세기에는 드물게 한글로 번역된 선종계열 불서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원택 스님은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의뢰한 결과 문화재 서지목록, 국립도서관 및 각 대학의 서지목록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희귀본 또는 유일본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백련암에서는 15세기 중반 간경도감(刊經都監·불경을 번역하고 발행한 기관)에서 펴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등 30여 점의 희귀 문헌이 함께 발견됐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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