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특이한 우리말 어휘를 담은 희귀 문헌이 경남 합천군 해인사 백련암에서 발견됐다.
백련암의 원택 스님은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성철 스님(1912∼1993)의 장경각 서고를 정리하다가 1475년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쓴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를 한글로 번역한 ‘십현담언해(諺解)’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십현담언해는 1548년 인천 강화군 정수사에서 판각된 것으로 가로 24.9cm 세로 15cm, 44쪽 분량이다. 십현담요해는 중국 당나라 상찰(常察·?∼961) 스님이 수행자의 자세 등 선(禪)의 핵심을 10개의 시구(詩句)로 정리한 ‘십현담’에 주석을 단 책이다.
책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고(古)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혀ㅱㅣ’ ‘서러’(의미는 불명확) 등 희귀 어휘가 나온다. 또 부처를 ‘뿌텨’로 표기했는데, 당시 다른 문헌들에는 부처를 ‘부텨’로 썼다. 이 책을 살펴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진호 교수는 “된소리 표기가 많은 것이 특이하다”며 “조선시대 우리말의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희귀 어휘의 뜻을 연구 중이다.
이 책이 16세기에는 드물게 한글로 번역된 선종계열 불서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원택 스님은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의뢰한 결과 문화재 서지목록, 국립도서관 및 각 대학의 서지목록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희귀본 또는 유일본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백련암에서는 15세기 중반 간경도감(刊經都監·불경을 번역하고 발행한 기관)에서 펴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등 30여 점의 희귀 문헌이 함께 발견됐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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