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오리지널-라이선스 뮤지컬 차이는?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코멘트
A: 초연 제작진이나 주연배우 있어야 ‘오리지널’

뮤지컬 공연에서 ‘오리지널’과 ‘라이선스’를 구별하는 기준은 뭔가요? (배현정·31·서울 은평구 갈현동)

뮤지컬에서 오리지널(original) 공연은 해외 현지에서 공연됐거나 공연 중인 작품을 원형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라이선스(license) 공연은 해외 원작자에게 저작료를 지급하고 판권을 사들인 뒤 우리말로 공연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연계에 이 말이 본격 등장한 것은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을 하면서 정식 판권계약을 맺은 이후라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저작권 인식이 희박했기 때문에, 국내 뮤지컬 공연은 정식 판권계약 없이 무단 복제한 카피(copy) 공연 일색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라이선스 공연이란 말은 ‘해적판이 아니라 원작자가 인정하는 공연’이라는 뜻으로 공연업계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라이선스 공연은 다시 레플리카(replica)와 논레플리카(non-replica)로 나뉩니다. 레플리카란 음악과 가사는 물론 안무, 의상, 무대세트까지 똑같이 공연하는 작품을 말하고, 논레플리카는 원작에 수정, 각색, 번안을 허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신 흥행작은 레플리카를 엄격하게 고수하는 반면 제작연도가 오래된 작품은 논레플리카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이선스 공연이란 용어는 다시 오리지널 공연이란 용어를 낳았습니다. 사실 오리지널 공연이란 말이 등장하기 전에는 내한 공연이란 말이 많이 쓰였습니다. 그러나 뮤지컬 마니아층이 두꺼워지면서 ‘내한 공연이라고 해서 다 오리지널 공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의 해외 관객을 위한 투어(tour) 공연은 배우와 제작진, 무대세트가 본 공연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장 엄격한 기준을 따르자면 오리지널 공연은 ‘초연될 당시의 제작진과 출연배우, 무대세트가 그대로 적용된 공연’을 말합니다. 그래서 세월이 지난 뒤 다시 제작되는 작품에는 리바이벌(revival) 공연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원작의 연출가, 안무가, 음악감독 등 핵심 창작팀이 제작에 참여한 경우나 원작의 주연배우가 출연한 경우만 오리지널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내한 공연 중인 작품 중 ‘렌트’는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고 ‘지킬 앤 하이드’는 뒤의 기준만 충족시킵니다. 그렇지만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과 호주의 제작진이 미국 저작권사와 해외 공연 판권계약을 체결한, 또 다른 라이선스 공연이라는 것이 공연계의 중론입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