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콘텐츠 왕국’으로 만든 힘은?

  • 입력 2009년 9월 9일 14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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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703호 커버스토리

‘발매 1주일 만에 10만부 판매.’

무라하미 하루키의 신작 ‘1Q84'가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거둔 성과다. ‘1Q84' 한국어판은 8000만엔대(10억원 이상)에 이르는 선인세 등으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8월25일 발간된 ‘1Q84' 1권은 교보문고 8월 5주차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발매 1주일 만인 9월1일 현재 10만부 가까이 팔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외에도 한국에서 일본 작가들은 아주 ‘잘 나간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100위권 내에 든 일본 소설이 2005년 25종, 2006년 31종, 2007년 39종에 이른다. 2008년 26종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2009년 들어선 상반기에만 25종을 순위에 올렸고, 여기에 ‘1Q84’ 발간에 따른 ‘하루키 특수’까지 누리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이 추리, 판타지, 공포물과 같은 일본판 장르소설의 인기다. 최근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은 ‘용의자 X의 헌신’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작품 8종을 2009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 올려놓았다. 또 일본에서 문학영역으로 자리잡은 애니메이션풍(風) 장르소설 ‘라이트 노벨(light novel)'은 특히 10대 여성 독자들이 좋아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라이트 노벨은 4~5년 전부터 별도 코너를 마련할 정도로 인기”라며 “대부분 시리즈물이라 판매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소설뿐만이 아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된 이래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와 드라마 등 일본 문화 콘텐츠가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우리 문화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과거 ‘해적판'으로만 접하던 일본 만화는 개방 이후 정식 한국어판으로 들어와 국내 만화팬들을 사로잡았고,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일본 만화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일문화연구소 정지욱 학예연구관(영화평론가)은 “독특한 이야기를 다룬 일본 만화에 빠져들던 마니아들이 ‘누구나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을 만나 그 속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등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작품은 마니아를 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고, 개방 직후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하던 일본 영화 역시 소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문화 콘텐츠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애니메이션은 각종 장르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다. 케이블TV에서는 일본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2004년 이후 케이블을 통해 방영된 일본 드라마는 200여 편에 달한다.

일본 문화의 인기는 아시아에 한정되지 않는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판매된다. 유럽, 북미권은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일본과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얽혀 있는 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아 하루키는 민간 외교관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양대산맥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서구의 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킬빌'과 ‘펄프픽션'으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일본 문화의 팬이다. 일본식 괴담은 할리우드 공포영화의 단골 아이템이 됐다.

이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일본 문화 콘텐츠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비결로 ‘읽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그래서 만드는 사람도 많은 시스템’, ‘대상 세분, 맞춤형 콘텐츠 제공’ ‘치열한 경쟁 구조 및 미디어믹스(원소스 멀티유스)’, ‘콘텐츠를 돈을 주고 사는 풍토’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일본이 전 세계를 사로잡는 콘텐츠 왕국이 된 이유를 앞에서와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스토리 본연의 힘’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든 일본식 상상력, 소소한 일상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능력,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흡인력 강한 콘텐츠 등 일본만의 스토리가 전 세계인을 빨아들인다는 것.

2005년 이후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일류’.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 문화 콘텐츠를 주간동아에서는 ‘스토리 본연의 힘’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봤다. ‘일본 문화 특징을 형성한 역사적․종교적․정서적․지리적 토양’, ‘괴담․변태․가와이… 일본 스토리 읽는 세 가지 키워드’, ‘일본 문학 번역가 양억관․김남주 부부 인터뷰’, ‘최강 콘텐츠 자랑하는 재패니메이션’, ‘영화로 읽는 일본 미학’, ‘치밀한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 일본 아이돌’ 등 콘텐츠 왕국 일본을 읽어낼 포인트를 두루 담았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703호(9월15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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