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슈베르트 만년 걸작은 매독 덕분?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내달 2일 ‘음악, 법의학자를 만나다’ 세 번째 콘서트

“슈베르트 만년의 걸작들은 그의 뇌를 침범한 매독균의 활동에 힘입어 탄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음악회에서 이런 해설을 듣는다면 누구나 놀라지 않을까. 그러나 이 같은 ‘충격 발언’이 이어지는 시리즈 음악회가 있다. 법의학자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84·사진)가 해설하는 ‘음악, 법의학자를 만나다’ 콘서트. 2월 차이콥스키 편을 시작으로 5월 모차르트 편을 거쳐 9월 2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세 번째 슈베르트 편 시간을 갖는다. 문 교수의 해설과 함께 니르바나 솔리스트 앙상블과 바리톤 김재일 씨가 슈베르트의 5중주곡 ‘송어’, 가곡 ‘마왕’ 등을 연주한다.

“18∼19세기 한때는 유럽 인구의 15%가 매독 환자였죠. 매독이 3기에 이르러 균이 대뇌를 침범하면 처음엔 불가사의하게도 의식이 명료해지며, 정서적인 극치감이나 천재적인 창의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병이 선물만 가져다 줄 리 없다. 실의에 빠진 젊은이를 그린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 병마와 싸워야 했던 처절한 절규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어떻게 매독에 걸리게 됐는지, 어떻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연주회 무대 위에서 설명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문 교수는 1950년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을 지낸 법의학계의 원로. 이번 연주회와 같은 주제로 음악가들의 사망 원인을 통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책 ‘모차르트의 귀’(2000년) 외에도 미술가들의 병력과 작품세계의 연관관계를 분석한 책 ‘질병이 탄생시킨 명화’(2008년) 등의 책을 썼다.

“천재는 나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위 환경이나 사회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천재가 발현되는 것이죠. 시신에서 그의 죽음이나 삶에 대한 정황을 밝혀내듯, 작곡가들의 사인에 대한 연구가 그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2만∼3만 원. 02-718-4599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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