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굶주린 아이들이 보이지 않나요?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지음·한규진 옮김/276쪽·1만2000원·산책자

세계은행의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매일 1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연명한다. 반면 미국인들은 해마다 1000억 달러어치의 음식을 버린다. 호주 출신 실천윤리학자인 저자는 절대빈곤과 낭비가 만연한 세계적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발전된 국가들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누구나 기부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천에는 옮기지 못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기부에 소극적인 이유를 밝히고 바람직한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기부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식 가능 희생자 효과’로 설명한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돈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아닌 누군가가 돕겠지’라고 생각하는 ‘방관자 효과’도 기부를 가로막는 큰 요인이다.

저자는 이런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기부 모임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남을 돕는 일에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면 선행에 더욱 적극적이 된다. 한편 ‘아프리카의 소녀 누구’라는 식으로 도울 대상을 구체화하라고 말한다. 친밀한 존재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기부의 가이드라인에도 눈길이 간다. 선진국 중산층의 경우 재산의 5%를 내놓아도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는 특히 한국의 인색함을 꼬집는다. “한국의 2008년 개발도상국 원조액은 7억9700만 달러로 국민총소득(GNI)의 0.09%밖에 안 된다. 스웨덴, 네덜란드는 0.7%가 넘고, 세계에서 하위권인 미국과 일본도 한국보다 두 배나 많은 0.18%나 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