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편집실명제… 언론책임 지운다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 새 신문법 내년 1월 시행 등 신문시장 어떻게 달라지나

언론재단-신발위-유통원 통합… 신문지원 일원화
신문사간 인수합병 가능해지지만 현실화 미지수
정부 “ABC 부수검증 참여한 신문에만 광고 집행”

신문법 방송법 등 미디어관계법이 지난달 31일 공포됐다. 방송법은 10월 31일, 신문법은 내년 1월 31일 시행된다. 신문법 개정안은 한국언론재단 등을 통합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립, 신문사 간 교차 소유 허용, 위헌 판결을 받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 삭제 등이 골자다. 정부는 이번 신문법 개정과 함께 신문의 발행부수 공개를 유도할 방침이어서 신문 시장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 언론 지원 기구 일원화

정부는 개정법에 따라 연내에 한국언론재단(언론재단)과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 신문유통원을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진흥재단)으로 통합해 언론 지원 시스템을 일원화할 방침이다.

언론재단은 기자 교육과 학술 지원을, 신발위는 신문발전기금의 운용을 통해 신문사들을 지원해왔으나 업무가 중복돼 국고가 낭비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언론재단의 한 관계자는 “신문 지원이라는 공동 목표 때문에 겹치는 업무가 많아 오래전부터 통폐합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문유통원도 대도시 위주로 신문공동배달 센터를 설립해 근본 취지에서 어긋났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이번에 언론진흥재단의 산하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한국프레스센터, 한국언론연구원, 한국언론인금고를 통합해 출범한 언론재단은 10년 만에, 2005년 출범한 신발위와 신문유통원은 4년 만에 통합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통합 과정에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언론재단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 통합과정에서 인력 40%를 감축한 적이 있어 직원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새로 출범할 언론진흥재단은 이사장과 상임 이사 3명을 포함한 9명의 이사와 비상임 감사 1명을 둔다. 이사장은 문화부 장관이 임면하고 상임이사는 문화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이사장이 임면한다. 이에 따라 언론진흥재단이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신문법 개정 전 언론재단 이사장은 이사회 제청을 통해 문화부 장관이 임명했다. 신발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 9명 중 호선으로 뽑았다. 위원 중 3명은 문화부 장관이 위촉했다. 한편 ‘6년 한시 특별법’을 통해 지역 신문을 지원해왔던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내년 9월 법의 효력이 끝나 언론진흥재단에 그 역할이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 신문사 간 인수합병 바람 불까

개정안에는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를 인수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 ‘신문과 방송, 통신사의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진 사업자는 다른 일간신문이나 통신사의 주식의 절반 이상을 취득 또는 소유할 수 없다’(신문법 15조 3항)는 기존 신문법 조항이 삭제됐기 때문. 이 조항은 2005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신문의 인수합병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정재철 단국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중앙 일간지들이 경영 사정이 좋지 않는 데다 지방신문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아 신문 인수 등의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006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은 신문법 17조(‘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 3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도 삭제됐다.

○ 인터넷 포털은 ‘편집 실명제’ 실시

인터넷 포털도 이번 신문법에서 ‘인터넷 뉴스 서비스’로 정의돼 ‘언론법의 틀’ 안으로 들어왔다. 인터넷 포털은 앞으로 △기사배열의 방침과 기사배열 책임자 공개 △제공받은 기사의 수정 시 기사 공급자의 동의를 받음 △제공받은 기사와 독자가 생산한 의견을 혼동하지 않도록 구분해서 표시해야 한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털이 기사 배치 등을 통해 기사에 가중치를 둬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언론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사를 만드는 신문사와 기사를 전재하는 인터넷 포털의 성격은 다른데 같은 틀 안에 묶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발행부수 공개

정부는 내년부터 한국ABC(발행부수공사기구)협회의 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에만 정부 광고를 집행하겠다고 5월 밝혔다. 방송 사업에 진출하려는 신문사는 반드시 ABC에 참여해야 한다.

ABC협회는 6월 말 신문사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 수렴에 나섰고 새 규정을 마련한 뒤 10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ABC협회는 구독료 정가의 80% 이상을 수금하면 유료 부수로 인정해왔지만 ‘50% 이상 수금’으로 기준을 낮추고, ‘무료 서비스 기간’(준유가 부수)을 현 2개월에서 연장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ABC협회는 1989년 출범했으며 2003년에는 종합일간지 중 동아 조선 중앙일보가 이에 참여해 발행 부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발행부수 유료부수 기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회원사의 참여가 줄어들었고 현재는 무료 일간지, 지방지 등 6곳이 부수를 공개하고 있다.

ABC협회는 신문사, 광고주, 광고회사 간부 등 19명으로 구성된 ‘인증위원회’를 6∼9명으로 줄이고 신문업계 외부 전문가를 대폭 위촉할 계획이다. ABC협회 박용학 사무국장은 “신문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대목이 있기 때문에 현실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의견을 수렴해 곧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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