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DNA, 미래를 연다]<5>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결혼이민자가 농촌 미래… ‘가족’으로 안아야”

‘달라도 다함께’ 홍보대사 남희석-크리스티나
○ 남희석
“서양인-동남아인 따지는
인종차별 시선 버려야”
○ 크리스티나
“한국인들, 외국인에 거리감둬
마음 열고 친구 되어주세요”

《동아일보가 올해 2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 기획시리즈 ‘달라도 다함께-글로벌 코리아, 다문화가 힘이다’의 홍보대사로 방송인 남희석 씨와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씨가 위촉됐다. 남 씨는 지난해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을 찾아가 가족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SBS 프로그램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를 진행했고 현재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은 경험을 소개하는 KBS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를 진행하고 있다. 남 씨는 과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이탈리아인 콘팔로니에리 씨는 외국인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장을 맡고 있다. 2006년 9월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듬해 한국 남성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이뤘다. 다문화적인 이 두 사람을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에서 만나 ‘한국 사회와 다문화’에 대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

○ 외국인 향한 ‘차별적 시선’ 거둬야

현재 국내에 91일 이상 거주하고 있는 등록 외국인은 85만4007명으로 국민 1000명당 17.2명이 외국인이다. 1998년 국민 1000명당 3.1명이 외국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6배로 늘어난 것이다. 단기 및 불법 체류자까지 합하면 이미 1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한국은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느끼는 차별적 시선은 여전하다.

콘팔로니에리 씨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살면서 겪는 의사소통 불편보다 한국 사람들과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더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와 ‘외국인’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 같아요. 외국인이 한국 사회 구성원이 되어 친구를 만들기가 정말 힘들죠. 한국인들의 마음이 조금 더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콘팔로니에리 씨는 또 한국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살고 있지만, 아직 ‘서양인=미국인’이라는 편견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경희대 어학당에 다니며 서양인 친구들과 함께 ‘나는 미국인이 아닙니다’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만들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남 씨는 외국인을 국적에 따라 차별대우하는 ‘이중 잣대’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은 유명 방송인인 미국인 로버트 할리와 같은 외국인을 보는 시각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영어를 잘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외국인은 사실 한국에 적응하는 데 큰 불편이 없어요.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도움 받을 길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는 언론 등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의 피부색을 가리키며 사용하는 ‘까무잡잡하다’ 같은 단어도 인종차별적 색채가 있는 만큼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결혼이주여성에게 관심을

남 씨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베트남 중국 등에서 한국 농촌으로 시집온 수백 명의 결혼이주여성을 만났다. 그가 만난 여성 중 많은 이가 한국인 남편의 폭행,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올 때 손바닥만 한 크기의 한국 관광책자 하나 들고 오는 것이 전부죠. 이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며칠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에 오면서 드라마 ‘겨울연가’와 ‘천국의 계단’에서 본 한국을 상상하지만 실제 살게 되는 곳은 ‘주몽’에 나오는 농촌 마을입니다. 여기에 시어머니는 말도 통하지 않고 된장찌개 못 끓인다고 구박하고 남편은 폭력을 행사하니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죠.”

남 씨는 다문화가정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에서 결혼이주여성이 남편보다 한참 어린 만큼 몇십 년 후면 결혼이주여성이 농촌을 책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들이 반한(反韓) 감정을 갖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 씨가 특히 강조한 것은 다문화가정 2세들. 그는 “다문화 자녀들이 어린 시절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 나중에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된다”며 “한국 사회 주요 구성원이 될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씨와 콘팔로니에리 씨는 동아일보에 실린 다문화 시리즈 기사 가운데 △6월 3일자 ‘움츠렸던 다문화 자녀들 놀이치료 받고 자신감 쑥쑥’ △5월 20일자 ‘제주바다 품에서 이주여성 1호 해녀 될래요’ △5월 13일자 ‘나 하나만 믿고 낯선 한국에 온 아내가 늘 고맙죠’를 좋은 기사로 꼽았다. 다문화 자녀들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슈화했고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결혼이주여성의 희망적 이야기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 동아일보 캠페인 더욱 확대돼야

콘팔로니에리 씨와 남 씨는 한국 내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한국이 지향하는 ‘다문화사회의 상(像)’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남 씨는 “얼마 전 어머니와 서울 강남역에서 만나려고 약속 장소를 정하는데, 인근 빵집과 회사 이름이 모두 영어라 어머니에게 약속 장소를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보존하는 방법을 못 찾은 채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곳이 되기보다 고유의 문화를 지키면서 글로벌화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콘팔로니에리 씨도 “이탈리아에도 이주 외국인이 많은데 이들은 대부분 이탈리아의 요리, 패션 등 이탈리아 문화를 배우러 온 사람들”이라며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것을 지키면서 다문화사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남 씨와 콘팔로니에리 씨는 “동아일보가 다문화 캠페인을 진행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굉장히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라며 “전국 곳곳에 배달되는 동아일보의 캠페인으로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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