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67>才不才에 亦各言其子也니라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3분


‘논어’ ‘先進(선진)’편의 이 章은 생각할 점이 많다. 공자의 사랑하는 제자 顔淵(안연)이 죽자 아버지 顔路(안로)가 공자에게 수레를 주십사고 청했다. 수레를 팔아 관을 넣을 外棺(외관)인 槨(곽·덧널)을 마련하려고 했다. 공자는 거절하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 아들 鯉(리)가 죽었을 때도 널뿐이었고 덧널은 없었습니다. 나는 걸어 다니더라도 수레로 덧널을 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大夫(대부)의 열에 든 적이 있어서 수레를 타야 하므로 걸어 다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벼슬 살기 이전에 옛 객사 주인의 초상에는 참(참·수레 모는 말의 곁말)을 주어 賻儀(부의)한 일이 있다. 하지만 안연의 초상에는 수레를 내주지 않았다. 정약용은, 공자가 ‘禮는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덧널 쓰는 厚葬(후장)을 막기 위해 완곡하게 말했다고 보았다. 문인들이 안연의 장례를 후하게 치르려 할 때에도 공자는 반대했다. 그런데 공자의 말 가운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고 한 말은 문맥을 떠나 깊은 감동을 준다.

才不才는 ‘재주가 있든 재주가 없든’이다. 賢不賢(현불현), 賢不肖(현불초) 등과 뜻이 같다. 주어는 아래의 其子의 子이다. 亦各言其子也의 주어는 其子의 부모로, 부모로서는 누구나 각자 자식에 대해 말하면서 아끼고 사랑한다는 뜻이다.

조선의 학자 趙翼(조익)은 아들 來陽(내양)이 죽자 제문을 지어 “아, 내 아들이 지금 어디에 가 있느냐. 너는 어째서 내 곁에 있지 않느냐”라고 통곡하고 “재주가 있거나 재주가 없거나 간에 또한 각자 내 자식이라고 하면서 아끼기 마련이다”라고 하여 이 章을 인용했다. 어떤 부모든 자기 자식을 말하면서 사랑하는 법이다. 그렇거늘 딸아 아들아, 너는 그 사실을 모른단 말이냐?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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