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요양원, 무대가 되다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연극 ‘템페스트’ ‘마라, 사드’

요양원을 무대로 요양원 환자들의 ‘극중극’ 형태로 현실과 환상을 교묘히 넘나드는 정통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6월 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극단 미추의 ‘템페스트’(극본 배삼식, 연출 손진책)와 29일∼6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서울시극단의 ‘마라, 사드’(극본 페테르 바이스, 연출 박근형)다.

폭풍우를 뜻하는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 만년의 원만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해석돼 왔다. 이 작품은 동생의 배신으로 추방당한 밀라노 늙은 영주 프로스페로가 한 섬에 표류한 후 마법의 힘으로 폭풍우를 일으켜 동생 일행의 배를 좌초시키지만 온갖 시련을 겪은 후 과거를 뉘우친 동생을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 미추는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이 원작을 누추하고 비루한 현실의 반어적 풍자로 재해석했다. 한 요양원에서 무연고 노숙자들이 이 작품을 연극화하는 과정에서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다 결국 연극이 끝난 뒤 차가운 현실에 직면하게 만듦으로써 인생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현대연극의 고전으로 꼽히는 ‘마라, 사드’도 정신요양원에 유폐된 사드 후작이 정신병원 환자들을 데리고 프랑스혁명 과정에서 암살된 혁명가 장 폴 마라의 삶을 연극으로 올리는 극중극으로 펼쳐진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마라와 탐미적 자유주의자로서 사드의 팽팽한 사상 대결을 그린 이 연극은 냉전기 동독에선 마라, 서독에선 사드에 방점을 둔 작품으로 공연될 정도로 서구 지성계에선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특히 영국의 천재연출가 피터 브룩의 연출을 통해 현대극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첫 한국어공연인 이번 작품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석만 서울시극단장의 첫 기획작이자 한국 사회의 위선을 폭로하고 풍자해온 박근형 씨의 연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음악극으로 유명한 원작의 음악 대신 뮤지컬 작곡가 박천휘 씨가 한국적 정서에 맞게 음악을 새롭게 작곡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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