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감상 길잡이 20선]<8>미술에 대해 알고싶은 모든것들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이명옥 지음/다빈치

《“뭉크는 어릴 때부터 우울증과 신경쇠약증세를 보였어요. 5세 때 어머니가 결핵에 걸려 세상을 떠났으며 14세 때 사랑하던 누이 소피마저 같은 병으로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남동생 안드레이와 여동생 로라도 우울증에 걸려 정신병원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쳤습니다. 뭉크는 불안과 공포, 두려움에 시달리는 괴로운 심정을 작품에 고스란히 쏟아 부었어요.”》

‘교과서 그림’ 읽어주니 참 쉽죠

좁은 다리 위에서 공포에 질린 사람이 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있는 뭉크의 판화 ‘절규’는 익숙한 작품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1997년 여름 ‘교과서 미술’ 전시회를 기획했던 저자는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린 80여 개 미술 작품을 소재로 책을 엮었다. 말을 건네듯 경어체로 풀어 썼다.

저자는 미술을 서양의 풍속화, 한국의 풍속화, 누드화, 자화상, 정물화, 풍경화 등 17개 항목으로 구분했다.

“‘추상’의 어원은 ‘뽑아낸다’는 뜻을 지녔어요. 눈에 보이는 사물과 이별하고, 대상에 숨겨진 본질적인 특징을 추출해 내는 것이지요. 추상화는 감상이 어렵다는 푸념은 미술작품을 대할 때 습관적으로 그림이 어떤 형상을 그렸는가를 찾기 때문입니다.”

1910년 어느 날 칸딘스키는 해 질 녘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한 그림을 발견하고 황홀함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그것은 거꾸로 세워놓은 자신의 그림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그림 속 구체적 사물이 선과 색, 형태가 갖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고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작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정물화는 영어로 스틸 라이프(still life), 프랑스어로 나튀르 모르트(nature morte)라고 한다. 각각 정지된 생명, 죽은 자연이라는 뜻이다. 17세기 이전 서양 사람들은 미술은 역사, 종교, 신화 같은 묵직하고 근사한 주제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꽃, 과일, 야채, 그릇, 악기, 책, 실내용품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 그림의 소재가 된 것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부터다.

무역업으로 부를 축적한 네덜란드의 부유층은 체면이나 전통보다 물질에 대한 애착이 컸다. 그들은 유럽 귀족들이 좋아한 웅장하고 화려한 그림보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대상을 담은 그림을 좋아했다. 저자는 특정한 미술 장르의 성립 배경이 된 정치 사회적 상황을 작품과 함께 전한다.

“이 자세를 취하면 허리는 잘록해지고 엉덩이는 풍만해져 여체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오늘날 미인대회 참가자들의 몸매를 살펴보세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콘트라포스토 포즈를 취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기원전 2세기 헬레니즘 시대에 제작된 조각품 ‘밀로의 비너스’를 설명하며 현대의 미인대회 이야기를 꺼낸다. 밀로의 비너스는 한쪽 다리에 무게를 싣고 반대쪽 다리를 살짝 구부린 이른바 ‘콘트라포스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대 여성들이 ‘S’자형으로 부드럽게 구부러진 허리선을 강조하기 위해 연출하는 모습과 같다.

사립 미술관 관장으로 ‘이발소 명화’전 등 대중에게 친숙한 그림을 소재로 전시를 열었던 저자는 서문에서 “교과서는 미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며 “사람들이 친숙하게 여기는 교과서를 통해 미술의 탄생과 전개 과정을 선명하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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