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고독하여라… 역사의 피눈물이 되어라”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강은교 시인 새 산문집 ‘무명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시에는 의미의 핵, 사상이 있어야 합니다. 철학적인 사상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시 정신을 말하는 거죠. 요즘 시들은 기이한 이미지로 낯설게 하거나 세련된 언어를 통한 시적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전체를 끌어가는 뭔가가 없어요. 시가 읽히지 않는 건 그 때문이죠.”

강은교 시인(64·사진)이 자신의 시론을 담은 시(詩)산문집 ‘무명시인에게 보내는 편지’(큰나)를 펴냈다. 첫 번째 시산문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펴낸 뒤 9년 만이다. 그는 “무명이란 말 그대로 ‘이름 없는(無名)’ 시인들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밝지 못한(無明)’ 나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등단 41년을 맞은 시인이 시 쓰기의 열망을 안은 아마추어 시인들에게 보내는 당부와 격려의 지침이자, 시작(詩作)의 간절함과 사생결단의 치열함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 글인 셈이다. 책을 통해 시인이 던지는 제언들은 절실하다.

‘죽도록 고독하여라. 고독이 네 밥이 되게 하고, 고독이 네 살이 되게 하여라…역사의 피눈물이 되어라. 시간의 오줌이 되어도 좋다. 아무튼 첫마디가 되어라, 첫마디의 외마디가 되어라….’

논리적이거나 현학적 시론이 되는 것을 피하고 경험 속에서 나오는 시론을 펼쳐 보이기 위해 1부에서는 ‘시설(詩說)’이란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적 이미지를 마치 소설처럼 엮어낸 것이다. 2부에서는 ‘은포’(은교의 포구)로 이름 지은 자택의 공간, 시를 모니터해 주는 딸 이야기 등 사적인 경험도 녹아 있다. 일상의 매순간에 파고든 시 쓰기의 의미를 좀 더 친근하게 살펴볼 수 있다.

강 시인은 “문학가가 해야 할 고백은 단순한 삶의 고백과 달라야 한다”며 “시를 쓰고 살고 있는 만큼 그 안에도 일관되게 흐르는 정신이 있어야 시인의 산문을 찾아 읽은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