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설-벽파와 관계 재조명 18세기 파악할 새 정조실록”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 비밀편지 발굴 의미

정조의 어찰이 발굴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어찰 299통은 “대량으로 발굴됐다는 점, 발신자와 수신자가 한 사람이라는 점, 비밀편지라는 점 등으로 인해 자료적 가치가 월등하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임형택 성균관대 교수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정 파트너에게 지속적으로 보낸 비밀메모를 통해 18세기 말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어찰집의 발굴로 역사학계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았다. 기존 통념과 다른 해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문식 단국대 교수는 “어찰을 보면 정조가 심환지를 포함한 노론벽파 세력을 중요한 세력으로 인정했음을 알 수 있으므로 벽파의 성격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문헌 연구가 박철상 씨는 “정사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이 기록됐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새로운 정조실록이 등장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조의 사인(死因)에 대한 연구도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정조의 병세는 독살설을 야기할 만큼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 이 편지에는 그에 관한 정조 자신의 토로가 자세히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번에 발굴된 어찰은 정조의 통치술과 당시 정국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왕실의 간찰(簡札) 문화와 정조의 서체 등 다양한 면모를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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