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패션도시의 힘은 ‘패션학교’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8분


왕립예술학교 스파르타 훈련 유명

“입학후 1년간 흰 면치마만 만들어”

패션도시 안트베르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학교다.

안트베르펜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왕립예술학교 패션학부(이하 왕립학교)는 마르탱 마르지엘라, 드리스 판 노턴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을 배출해 낸 명문 패션학교.

최근 이 학교에는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패션 영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왕립학교의 모린 드 클레르크 교수를 만나 국내 패션학도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학교로 여겨지는 안트베르펜 왕립학교에 대해 들어봤다.

―패션 디자이너 양성에 있어 안트베르펜 왕립학교만의 교육 특징이 있다면.

“‘기본’을 지키는 데 헌신한다는 것이다. 완벽한 재단, 좋은 소재…. 이러한 기본을 지키며 옷을 만드는 데 고집스러울 정도의 장인정신을 추구한다. 트레이닝 코스는 아주 어렵고, 숙제가 많고, 다른 학교와 굉장히 다르다. 매우 개인적인 교육을 제공하며 학생 각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실루엣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자면….

“학교에 입학한 첫해의 실습시간에는 1년 내내 하얀색 코튼 천으로 스커트만 만든다. 학생들은 과거 의상의 역사를 공부하며 자신이 연구한 실루엣을 다양하게 적용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은 같은 소재로도 전혀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학년별 교육 과정은 어떻게 되나.

“전체 과정은 4년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1학년 때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도한다. 우리는 드로잉을 매우 중요시한다. 3차원(3D) 드로잉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2, 3학년 때는 학생들 스스로가 복식 제작 기술 연구와 함께 이를 연습하게 한다. 수백 년 전의 종교적 의상부터 20세기의 복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루엣을 공부해보고 자신의 컬렉션에 적용하는 것이다. 4학년 때는 그간 배운 것을 모두 쏟아 부어 자신만의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는 옷뿐 아니라 신발, 소품, 액세서리, 스타일링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

―학생들의 수준은 어떤가.

“학생들이 만든 작품은 당장 패션쇼에 출품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마추어 수준의 학생 작품이 아니다. 졸업 워크숍에는 드리스 판 노턴 등 대형 디자이너들이 와 직접 학생들을 스카우트해 가기도 한다.”

―학생 선발 기준은….

“크게 △포트폴리오 평가 △드로잉 실기 시험 △인터뷰 등의 과정을 거친다. 특히 드로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인터뷰에서는 패션에 대한 열정과 함께 영어 구사력도 확인한다. 매년 300여 명의 학생이 응시해 60명가량이 선발된다. 이 중 졸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15명 정도에 불과하다.”

―해외 학생의 비중이 높나.

“현재 학생들의 92%가 외국인이다. 호주, 태국, 일본, 한국, 북유럽 국가 등 32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배경이 다르다 보니 각 지역만의 패션 지식과 경험을 살려 아주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 학생들은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가 그 나라와 안트베르펜 패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안트베르펜에 정착하는 학생들도 있다.”

안트베르펜=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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