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황금빛 에로티시즘’ 화가 클림트,한국에 오다

  • 입력 2009년 1월 2일 16시 33분


(박 앵커) '황금빛 에로티시즘의 화가'로 알려진 구스타브 클림트 전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립니다. 편집국 고미석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전시의 의의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고미석) 국내 미술애호가뿐 아니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클림트 한국전이 2월2일부터 5월1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의 클림트 단독전이자 작품 구성과 규모로 볼 때 21세기 마지막 대규모 클림트 전이 될 것이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김 앵커) 오스트리아의 국보라고 일컬어지는 클림트 작품의 한국 나들이는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고미석)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술전시의 의미를 너머 '대한민국과 오스트리아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오스트리아 정부의 적극 후원으로 이뤄졌습니다. 한국전시를 위해 클림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벨베데레 미술관을 비롯해 11개국 20여 개 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이 작품 대여에 참여했습니다. 불가피한 전시에 한해 최소한의 작품만 해외에 내보냈던 벨베데레 미술관이 작품 관리 차원에서 한국전을 마지막으로 클림트 작품을 더 이상 외국에 전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만큼 한국 전시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앵커) 최근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두통약 포장에 사용해 화제가 됐습니다. 그만큼 클림트 작품이 국내에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고 있는 증거인 것 같습니다. 클림트는 어떤 화가인지 소개해주시죠.

(고미석) 클림트는 세기말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 활동한 화가입니다. 1862년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빈 미술공예학교를 졸업한 뒤 화가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템페라 금박 은박 수채기법을 함께 사용하는 독창적 기법을 구사한 그는 황금빛 화면,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기법, 동양적 장식양식의 신비함이 담긴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평생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며 독신으로 지낸 그는 사랑과 에로스를 예술로 승화시킨 거장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김 앵커) 클림트가 미술사에 남긴 업적은 어떤 것입니까.

(고미석) 미술사에서 클림트는 보수적이며 폐쇄적인 미술 아카데미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 전시동인 빈 분리파를 결성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빈 분리파를 이끌면서 그는 자유로운 전시회를 기획하고 조직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클림트는 고전 미술과 현대미술의 가교 역할을 했으며, 미술과 디자인의 크로스 오버 경향을 탄생시킨 실험정신의 선구자로 기록됩니다.

(박 앵커) 서울에는 어떤 작품들이 오게 되나요.

(고미석) 전시는 클림트의 초기작부터 전성기, 그리고 말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업세계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을 볼 수 있게 구성됐습니다. 클림트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유디트 1'과 '아담과 이브' 비롯해 유화 31점, 여성 드로잉과 포스터 원본 70여점 등 평면작품 110여점과 설치물이 선보입니다. '유디트 1'은 미모와 지혜를 이용해 적장과 동침한 뒤 그의 목을 벤 유디트의 설화를 다룬 걸작입니다. 클림트의 붓을 통해 유디트는 여성 영웅이 아니라, 아름답고 치명적 매력을 지닌 매혹적인 팜므 파탈로 다시 태어납니다. 에로틱 미술사에서도 으뜸으로 꼽을 만큼 강렬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유디트를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 다른 그림 '아담과 이브'는 당당한 여신 같은 이브, 그 뒤에서 한없이 무기력해 보이는 아담을 그린 작품입니다. 남성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관능적 이미지의 이브를 창조한 클림트의 대표작입니다. 화집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걸작을 통해 클림트가 에로티시즘의 화가로 명성이 자자한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앵커) 전시 제목이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토탈 아트를 찾아서'인데 회화 뿐 아니라 클림트의 다른 측면도 조명하게 되나요.

(고미석) 클림트는 회화 뿐 아니라 공예 디자인 건축 등에도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그를 단순한 화가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아티스트라고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을 총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회화 외에 클림트가 진행했던 전시회 포스터들과 회화와 건축의 결합을 시도한 작품도 선보입니다. 그가 작업실에서 사용했던 가구와 소품들도 가져와 공개합니다.

(박 앵커) 몇 년 전 경매에서 클림트의 작품이 회화로서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미석) 그렇습니다. 클림트가 그린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은 2006년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이 보유한 기록을 깨고 당시로선 회화 거래 사상 최고가인 1억3500만 달러, 그때 환율을 적용하면 약 1300억원에 팔렸습니다. 클림트는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복제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에로티시즘적 환상을 주제로 한 클림트의 작품은 이성의 억압에서 해방돼 본능을 향해 치닫는 자유로움을 표현해 현대에 들어와 더욱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데 이번 한국전에는 일본의 클림트 애호가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 앵커) 고미석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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