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간 국제 네트워크로 협력 기반 다지자”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 ‘글로벌 포럼’ 개막

외국대학 총장 12명 포함 20국 100여명 참석

우수교수 교환제도 등 6개 주제로 발표-토론

《세계 연구중심대학들 간의 국제 교류와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KAIST의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 회의’가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동아일보와 동아사이언스,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열린 이날 회의에는 프랑스 파리공대와 호주 퀸즐랜드대 등 외국 대학의 총장 12명과 국내 대학 총장 8명을 포함해 20개국 100여 명이 참석해 △우수교수 교환제도 △상호 복수학위 인정제 △연구시설 및 기술 공유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통한 국제화 △국제적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과학저널 출판사의 역할 등 6개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시간적, 지리적 거리는 이제 지식의 집합적인 생성과 이동, 그리고 수준 높은 교육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없다”며 “대학 간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 후 만찬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축사를 한 뒤 지난해 11월 KAIST에 22억 원을 기부한 닐 파팔라도(65) 미국 메디텍 회장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만찬에는 박찬모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 이현순 현대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사장, 동아일보 김학준 회장과 최맹호 상무 등이 참석했다.

총장 회의 참석 인사 가운데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이본 펜들턴 부소장과 중국 하얼빈공대 왕수궈(王樹國) 총장, 이스라엘 테크니온대의 모세 시피탈니 대학원장으로부터 항공우주 연구와 연구결과의 사업화, 해외 대학과의 교류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영상 취재 : 김재명 기자

■NASA 에임즈연구센터 펜들턴 부소장

NASA, 전공 다양한 과학도 원해

“이소연 박사가 지구로 돌아오다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괜찮나요?”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즈연구센터의 이본 펜들턴 부소장은 인터뷰 도중 그 얘기가 나오자 “그녀를 정말 만나보고 싶다”면서 사고 후유증을 걱정했다. “지금은 괜찮다”고 하자 다행이라며 이 박사가 자신의 연구소를 꼭 방문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 위치한 에임즈연구센터는 NASA의 10개 연구소 중 하나다. 펜들턴 부소장은 포럼에서 ‘NASA의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인터뷰 중에도 젊은 과학도들에게 흥미 있을 만한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박사후 연구원 제도’. 갓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1∼2년 NASA에 와 연구하는 것이다.

펜들턴 부소장은 “NASA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젊은이를 원하며 이곳에서 학문의 경계를 넘어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체물리학, 행성과학, 태양물리학, 지구과학이 주된 연구 분야다. 에임즈연구센터에서 연구하는 ‘값싼 소형 위성’도 소개하며 “젊은 과학자를 양성하는 좋은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펜들턴 부소장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달 탐사 프로젝트’에 대해 “매우 어렵지만 인류가 꼭 해낼 것”이라며 한국의 참여를 희망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7월 말 NASA의 ‘국제 달 네트워크(ILN)’ 참여 의향서에 서명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中 하얼빈工大 왕수궈 총장

경쟁력 키우려면 국제교류가 최고

“외국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수확물은 새로운 아이디어입니다.”

중국 내에서 해외 대학과의 교류와 공동 연구를 가장 활발히 벌이는 대학 가운데 하나인 하얼빈공대의 왕수궈 총장은 “세계 여러 대학과의 전략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경쟁력과 인적 자원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150여 개인 자매결연 대학 수를 조만간 50개가량 더 늘려 20개 학과가 학과당 10여 개 대학과의 교류 및 공동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얼빈공대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대학이며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9개 대학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명문이다.

1988년경부터 ‘하얼빈공대와 세계유명대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간 국제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국내의 서울대, KAIST, 포스텍, 한양대, 성균관대 등과도 교류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기계, 자동제어, 재료, 조선 등 각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어 중요한 교류 대상”이라며 “대학이 민간기업과 잘 연계돼 있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b>■이스라엘 테크니온大 시피탈니 대학원장

교수 특허출원 장려로 연구력 ‘쑥’

“테크니온대의 특징은 교수들에게 특허 출원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하라는 뜻이죠. 교수와 대학은 연구력도 향상되고 재정도 강화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이공계 대학인 테크니온대의 모세 시피탈니 대학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특허 출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특허 출원을 통해 들어오는 수익을 대학과 교수가 50%씩 나누고 있다”며 “특허 출원 학풍 덕분에 현재 미국 뉴욕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이스라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 80% 정도가 테크니온대 출신”이라고 말했다.

테크니온대 출신들이 나스닥 상장 기업들의 CEO로 대거 활동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는 체계적인 사회과학 분야의 교육도 꼽힌다. 이 대학은 공학 전공 학생들에게도 학부 때부터 경영학, 경제학, 법학 교육을 한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세일즈하는 차원을 넘어 법적으로 지켜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피탈니 대학원장은 나노기술, 생명공학기술, 에너지기술, 로봇기술 등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기술로 꼽았다. 특히 최근에는 공학과 의학을 융합한 기술인 수술용 로봇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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