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갇혀선 좋은 디자인 안나와”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김재명 기자
김재명 기자
벤더부르트 美 록웰그룹 수석 디자이너

“무엇을 디자인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건축, 인테리어, 비디오, 기업 로고 등 디자인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활동하죠.”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삼성디자인스쿨(SADI)에서 3차원(3D)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한 스콧 벤더부르트(34·사진) 씨는 미국 록웰그룹의 수석디자이너다. 록웰그룹은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 브로드웨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세트 등 건축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SADI에서 만난 벤더부르트 씨는 “부부 디자이너 찰스와 레이 임스가 역할 모델”이라며 “건축, 디스플레이, 책, 장난감, 가구 디자인, 비디오 작업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그들을 보며 특정 분야를 고집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벤더부르트 씨의 포트폴리오도 임스 부부처럼 다채롭다. 제약회사 화이자의 사옥 인테리어, 코카콜라의 야외 홍보물, 뉴욕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리노베이션 등을 맡았다. 개인주택을 설계하기도 한다. 2003년에는 9·11테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9월의 7일간’에 그의 사진작품이 중요 자료로 삽입됐다.

“어떤 디자인이든 고민은 비슷합니다.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재료의 잠재된 가치를 끄집어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하죠.”

엘리베이터 안쪽 벽에 그림을 그리고 창문을 뚫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리노베이션 디자인에는 그의 이런 생각이 반영됐다.

“이동하면서 바깥을 볼 수 있게 만든 엘리베이터는 흔하죠. 엘리베이터라는 격리된 공간에 있는 사용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인지하면서 미적인 만족까지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벤더부르트 씨는 SADI에서 종이와 찰흙, 석고 등의 재료로 개인의 특성을 드러내는 조형물 제작 실습을 진행했다. 스케치 없이 손으로 직접 입체를 다루며 생각한 형태를 만드는 교육이다.

“디자인은 재료에 어떤 대상의 정체성을 이입하는 작업입니다. 나무나 금속을 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연습은 꼭 필요하죠. 디지털 디자인 도구도 당연히 잘 다뤄야 하지만 컴퓨터에 갇혀서는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