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61>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 입력 2008년 7월 14일 03시 01분


飄(표)는 회오리바람 또는 폭풍이다. 빠르다는 뜻, 흩날리다 또는 떠돌아다니다의 뜻이 있다. 票(표)는 본래 불길이 높이 오르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빠름이나 가벼움을 뜻한다. 여기서는 독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의미와도 연관된다. 飄然(표연)은 정처 없이 떠도는 모양, 초탈한 모양, 날렵하거나 홀가분한 모양을 두루 이른다. 終(종)은 끝 또는 종료하다의 뜻이다. 終朝(종조)는 아침 내내, 終日(종일)은 온종일이다.

朝(조)의 본뜻은 아침이다. 日(일)이 풀 사이에서 뜨고 月(월)이 아직 남아 있음을 나타냈다. 朝廷(조정)의 뜻, 임금을 뵈는 朝見(조현)의 뜻도 있다. 朝代(조대)로서 하나의 왕조 또는 한 임금의 통치기간을 뜻하기도 한다.

朝令暮改(조령모개)는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바로 바꿈을 이른다. 暮(모) 대신 夕(석)으로도 쓴다. 朝不謀夕(조불모석)은 아침에 저녁 일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말로, 사태가 매우 위급하거나 생활이 매우 곤궁함을 이른다. 朝三暮四(조삼모사)는 얕은 꾀로 속이거나 희롱함을 뜻한다. 아침에 먹이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는 말에 화를 내던 원숭이들을, 아침에 네 개 주고 저녁에 세 개 주겠다는 말로 달랬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驟(취)는 빨리 달리다 또는 달리게 하다의 뜻이다. 신속함이나 돌연함 또는 빈번함도 뜻한다. 驟雨(취우)는 소나기 또는 폭우이고, 驟暑(취서)는 갑작스러운 더위이다.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지속되지는 않는다. 소나기도 온종일 내리지는 않는다. 비정상적인 자연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인간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순리롭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인 짓은 기세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老子(노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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