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리콜기사 일부만 문제삼아 ‘물타기’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PD수첩 “동아 조선 중앙도 다우너=광우병 연결”

‘PD수첩 왜곡논란’ 벌어진 25일

방송 3사 메인 뉴스서 보도안해

MBC PD수첩이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곧 광우병 의심 소로 오해하도록 했다는 이 프로그램의 공동 번역자 정지민 씨의 지적이 파문을 낳고 있는 가운데 PD수첩 제작진이 미국 쇠고기 리콜 문제를 다룬 동아 조선 중앙일보 기사가 이미 광우병과 다우너 소를 연결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기사는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일반 소보다 높긴 하지만 다우너 소라고 해서 곧장 광우병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말도 함께 전했다. 그런데도 PD수첩이 광우병과 다우너 소를 연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부 구절만 걸고넘어지는 ‘물타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26일 프로그램 게시판에 “일부 언론이 정 씨의 말을 빌려 ‘다우너 소’ 동영상이 단순한 동물학대 영상이며, PD수첩이 다우너 소와 광우병을 연결해 왜곡했다’고 대서특필하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동아 조선 중앙일보가 미국의 대규모 쇠고기 리콜사태를 보도하면서 이미 광우병과 다우너 소를 연결했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은 4월 29일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서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고발한 ‘다우너 소 동물학대 동영상’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다뤄 시청자들이 ‘다우너 소’는 ‘광우병 의심 소’로 오해를 하도록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씨도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프로그램 제목이 광우병이어서 다우너=광우병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데 너무 오버한다는 뜻을 여러 번 전달했다”는 글을 25일 올렸다.

PD수첩이 거론한 동아일보 기사는 2월 19일자 ‘美 사상 최대 쇠고기 리콜’ 기사다. 이 기사에는 “동물학대 동영상이 쇠고기 리콜로 이어졌으며 학대받은 소들은 병에 걸린 다우너 소들이었다”면서 “규정상 다우너 소는 식품으로 사용될 수 없다.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일반 소보다 높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바로 뒤의 문장에는 농무부 관계자와 미국 언론을 인용해 “인간 건강에 미칠 위험도는 2등급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 “이 쇠고기를 먹고 질병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밝혀 기사 속 다우너 소들을 광우병 의심 소로 오해하지 않도록 했다. 정 씨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쇠고기 리콜 당시 광우병 의심 증후가 있었다면 1급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아일보는 ‘다우너 소’의 원인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5월 22일자 ‘美 주저앉는 소 식용공급 전면금지’ 기사에서는 “다우너 소 발생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분만 과정에서의 칼슘 부족이나 골반신경계 손상이다. 분만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다우너 증상의 가장 큰 원인은 부상이다. 다우너 소의 25%가량에서 골반신경계통 등의 외상성 부상이 발견된다”고 전했다. 반면에 PD수첩은 이러한 다우너 소의 다양한 발생 원인을 알리지 않은 채 “광우병에 걸린 소의 대표적인 특징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정 씨가 글을 올린 25일 오전부터 인터넷에서 PD수첩의 ‘왜곡 및 오역’ 논란이 벌어지는데도 메인뉴스에서 다루지 않았다. PD수첩의 반박이 나온 26일 KBS, SBS는 메인뉴스에서 관련 기사를 다뤘으며, MBC ‘뉴스데스크’는 정 씨가 제기한 왜곡 논란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PD수첩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경향신문은 26일자에서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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