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협박’ 옹호세력, 3년전엔 정반대 목소리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2005년 PD수첩 광고취소 사태땐 “재갈 물리기” 비판

2008년 3대신문 광고중단 강요는“소비자 운동” 미화

최근 일부 세력이 벌이는 3대 메이저 신문 광고주 협박 사태에 대해 좌파 성향 언론운동단체와 언론매체들은 ‘소비자운동’이라며 옹호하거나 심지어 미화(美化)까지 한다.

하지만 이들 일부 단체 및 매체는 2005년 MBC PD수첩 광고 취소 사태 때는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당시 PD수첩이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대한 문제점을 보도한 뒤 황 박사를 지지하던 상당수 누리꾼이 PD수첩 광고 기업에 ‘광고 중단’을 요구해 한때 광고가 줄줄이 취소된 적이 있다.

2005년 PD수첩 광고 취소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메이저신문 공격에 앞장서 온 민언련의 당시 사무총장은 한 토론회에 참석해 “PD수첩에서 광고주 전체가 떨어져 나가는 상황을 언론이 견제하지 못했던 일은 결국 다른 언론에도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민언련은 최근 논평에서 “조중동이 환골탈태하려면 지금(광고주 협박)보다 더 강력한 ‘언론 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고 ‘광고주 협박’을 사실상 부추기고 있다. 민언련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정권의 메이저 신문 압박에 적극 동조한 단체이기도 하다.

비슷한 성향의 미디어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도 최근 광고주 협박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사설 등을 통해 “권력은 ‘전자직접민주주의’의 주요한 매개체인 인터넷 탄압작전에 돌입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인터넷 옹호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매체는 2005년에는 “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포털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언론은 언론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네티즌의 이 같은 행위(광고중단 압력, 사이버테러 등)를 뒷짐 진 채 중계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편향된 기사를 집중 배치해 여론을 한쪽으로 쏠리게 만든’ 포털과 PD수첩 광고 중단 사태를 ‘방관한’ 언론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랬던 미디어오늘은 최근 광고주 협박 사태를 ‘시민사회의 정당한 비판과 행동’이라고 미화하면서 전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한겨레신문 역시 최근 사태에 대해 사설 등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한 공익적 비판과 실천 행동이고 일종의 언론 소비자 운동”이라며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당시 기사를 보면 “많은 누리꾼들은 이 프로그램(PD수첩)에 광고를 내보내는 업체들의 명단과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올려 ‘불매운동’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며 “누리꾼들이 익명성에 기대 감정적 민족주의를 분출하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이 기사에서 한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사이버상의 익명성을 이용해 여론몰이에 동조하기보다는 사실과 의견을 정확히 분리해서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야권인 당시 여권도 PD수첩 광고 취소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시절인 2005년 11월 27일 청와대브리핑에서 “항의의 글, 전화쯤이야 있을 수도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광고가 취소되는 지경에 이르면 이것은 이미 도를 넘는 것이다. 저항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적 공포가 형성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었던 지금의 민주당은 23일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3대 메이저 신문 광고주 협박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검찰 등을 향해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재갈을 물리는 불순한 의도를 민주당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장 미디어평론가인 변희재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은 “PD수첩 광고 사태를 일종의 ‘언론탄압’으로 봤던 좌파 성향의 단체나 매체들이 지금은 정반대의 논리를 펴는 것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비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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