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47>學之經, 莫速乎好其人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經(경)은 천의 세로선으로 가로선인 緯(위)와 상대적이다. 남북이나 상하로 난 선이나 도로, 법이나 규범 또는 바른 길, 다스리다 또는 경영하다의 뜻이 있다. 聖經(성경)이나 佛經(불경)처럼 책을 높여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莫(막)은 ‘아무도 ∼하지 않다’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에 해당하는 특수한 대명사로, 그런 사람이나 사물이 없음을 의미한다.

速(속)은 迅速(신속)처럼 빠르다는 뜻이다. 책받침이라고 부르는 착(착)은 착(착)이 부수로 쓰일 때의 형태이다. 작은 걸음인 척(척)과 발인 止(지)가 합해진 것으로, 가다서다하다의 뜻과 달리다의 뜻이 있다. 速(속)에서 발음요소로 쓰인 束(속)은 拘束(구속)처럼 묶다의 뜻이다. 사방을 한 바퀴 두른 모양인 국(위)와 木(목)이 합해져 장작 묶음을 나타냈다. 국(위)는 두르다의 뜻으로 圍(위)의 옛글자인 동시에 國(국)의 옛글자이기도 하다. 독음은 ‘위’와 ‘국’의 둘로 나뉘지만 圍(위)와 國(국)의 의미는 통하는 것이다.

乎(호)는 여기서는 於(어)처럼 비교의 대상을 표시하며 ‘∼보다’에 해당한다. 好(호)는 좋아하다의 동사로 쓰였다. 其人(기인)은 가르침을 주는 그 사람을 가리킨다.

무엇을 배우든 스승에 대한 호감도는 성취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싫은 스승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상상하면 쉬 짐작이 가는 일이다. 그런데 스승을 좋아하게 하려면 스승이 먼저 학생을 좋아해야 한다. 그러니 좋은 스승의 요건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한편 자녀의 높은 학업성취도를 바라면서 스승을 좋아하게 도와주지 않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스승 자신은 물론이고 학부형도 우선 학생이 스승을 좋아하게 도와줘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荀子(순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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