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장 낮은 존재” 엎드려 기도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3분


2007년 열린 사제 서품식에서의 부복 기도 장면. 사제로 서품되는 이들은 땅에 엎드린 자세로 하느님께 기도를 올린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이가 되어 하느님을 경배하겠다는 약속과 기원을 상징한다. 사진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2007년 열린 사제 서품식에서의 부복 기도 장면. 사제로 서품되는 이들은 땅에 엎드린 자세로 하느님께 기도를 올린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이가 되어 하느님을 경배하겠다는 약속과 기원을 상징한다. 사진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27일 열리는 ‘가톨릭 7대 聖事’ 사제 서품식의 모든 것

“주님의 부르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에 남은 생을 바쳤던 바오로 사도처럼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을 다 뿌리치고 하느님께서 주신 거룩한 직무를 위해 자신을 바치려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올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성품성사(聖品聖事·사제 서품식)가 27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다. 하느님의 성소(聖召·거룩한 부르심)를 받고 10여 년 동안 수행해 온 젊은 부제(사제 후보) 19명이 정진석 추기경에게서 성품성사를 받고 새로운 사제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들의 나이는 30세 안팎.

사제 서품식은 세례(洗禮), 견진(堅振), 성체(聖體), 고해(告解)성사 등과 함께 가톨릭 7대 성사 중 하나다. 특히 장엄하고 성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가톨릭 행사의 정수로 꼽힌다. 서품식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올해 서품식엔 1만5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서품식은 사도 바오로의 영성과 신앙을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가 ‘성 바오로 탄생 2000주년 특별 희년’이기 때문. 서품식의 주제어는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것은 사도 바오로의 서간문인 디모테오2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서울대교구 성소국은 “젊은 사제들이 사도 바오로의 정신을 본받아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되고 복음을 전파하길 기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품식장의 제단에 사도 바오로의 성화를 걸어 놓을 예정이다. 작년에는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초상을 걸었다.

서품식은 사제가 될 사람들이 제의(祭衣)와 촛불을 들고 입장하면서 시작돼 엄숙한 분위기에서 3시간 동안 이어진다.

눈길을 끄는 장면 중 하나는 새 사제들이 바닥에 엎드려 기도를 올리는 부복(俯伏) 기도. 스스로 비천한 사람이 되어 하느님을 경배하고 하느님께 봉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하느님이 채워주길 바라는 간절한 청원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부복 기도는 10여 분 동안 진행된다.

새 사제들을 영적으로 돌봐준 ‘아버지’ 신부들이 제의를 입혀주는 착의식, 새 사제들의 손에 대한 축성식(祝聖式), 성작(聖爵)과 성반(聖盤) 수여식도 흥미롭다.

축성에 사용하는 성유(聖油)는 크리스마 성유로, 올리브기름에 향유를 섞은 것이다. 이 성유는 정신적 자양분과 은총의 빛을 상징한다. 빵과 포도주가 담긴 성작과 성반을 수여하는 것은 새 사제들이 하느님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서품식의 마지막은 참석자들에 대한 새 사제들의 하느님 강복(降福) 기원. 서품식을 주관하는 주교단, 선배 사제, 신자와 관람객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새 사제들의 강복을 받는다.

이렇게 탄생한 19명의 젊은 사제는 29일 오전 소속 본당에서 첫 미사를 집전하게 된다. 26일 오후 2시엔 같은 장소에서 부제 서품식이 열린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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