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40>捕雀而掩目, 盜鐘而掩耳

  • 입력 2008년 6월 13일 03시 00분


捕(포)는 붙잡다의 뜻이다. 捕捉(포착)은 붙잡거나 체포하다의 뜻이고 捕縛(포박)은 붙잡아 묶다의 뜻이다. 捕風捉影(포풍착영)은 바람과 그림자를 잡는다는 뜻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허망한 언행을 비유한다. 雀(작)은 참새이다.

掩(엄)은 가리거나 덮다 또는 닫다의 뜻으로 掩蔽(엄폐)나 掩閉(엄폐)처럼 쓰인다. 자연히 숨기다 또는 속이다의 뜻도 된다. 오른쪽 부분인 奄(엄)은 발음요소인 동시에 의미요소인데, 大(대)와 펴다의 뜻인 申(신)이 합해졌으며 덮다 또는 가리다의 뜻이 있다. 여기서의 掩目(엄목)은 제 눈을 가리는 것을 가리킨다.

盜(도)는 훔치다 또는 도둑질이나 도둑을 뜻한다. 대 도적의 대명사가 된 춘추시대의 盜척(도척)은 도둑질에도 다섯 가지 도가 있다고 하였다. 귀중품이 숨겨진 곳을 아는 聖(성), 훔치는 데 앞장서는 勇(용), 나올 때 뒤늦게 나오는 義(의), 훔칠 때와 장소를 아는 智(지), 훔친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仁(인)이 도둑질의 도라는 것이다. 그럴듯한 말이지만 도둑질은 역시 도둑질일 뿐이다. 악기인 鐘(종)은 흔히 鍾(종)으로도 쓴다.

掩目捕雀(엄목포작)이나 閉目捕雀(폐목포작), 掩耳盜鐘(엄이도종)이나 掩耳盜鈴(엄이도령) 또는 掩耳偸鈴(엄이투령)은 모두 같다. 참새를 잡으면서 들킬까 봐 제 눈을 가리고, 종을 훔치면서 소리가 나 들킬까 봐 제 귀를 가리는 것은 자신만 속이는 바보짓이다.

제 눈과 귀를 가리고서 남이 속기를 바라는 것은 비웃음이나 당할 잔꾀임을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버젓이 말하고 행하면서 남이 모르리라 여기는 일이 종종 있다. 정말 남에게 들키기 싫은 언행이라면 오로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唐(당) 吳兢(오긍)의 ‘貞觀政要(정관정요)’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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