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위대한 케플러도 별을 보고 점을 쳤다”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별과 우주의 문화사/장샤오위안 지음·홍상훈 옮김/548쪽·2만2000원·바다출판사

‘별과 우주의 문화사’ 저자 장샤오위안 e메일 인터뷰

“하늘의 무늬를 보고 계절의 변화를 살피며, 사람의 무늬를 보고 온 세상을 교화한다.”(주역 중에서)

저자인 장샤오위안(江曉原) 중국 상하이자오퉁대 교수는 점성술과 천문학을 다르게 본다. 그는 책에서 “전자는 미신이고 후자는 과학이자 학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만 해도 점성가와 천문학자가 구별되지 않았다. 현대 천문학의 기초를 마련한 요하네스 케플러도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를 위해 별점을 쳤다.

그래서 저자는 “점성술은 미신이라고 해도 (인류가 자연에서 진리를 얻기 위해 관측하고 통계를 내고 분석하는) 최초로 과학화된 학문”이라고 덧붙인다.

‘별과 우주의…’는 그 점성술이 동서양에서 수천 년간 이어온 역사를 담은 방대한 보고서다. 1999년 중국 최초로 과학사(史)학과를 설립했으며,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천문학자 가운데 한 명인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현대 과학자가 점성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저자는 책에서 점성술 대신 점성학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천체물리학 전공자로서 천문학사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천문학은 점성술과 깊은 관계가 있다. 천문학과 점성술은 한 배에서 나왔다. 서양의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나 케플러, 중국 당나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이순풍 등 위대한 천문학자들은 동시에 저명한 점성술사였다.”

―현대 천문학을 알기 위해선 점성술도 알아야 한단 뜻인가.

“하하, 앞서갈 필요는 없다. 고대천문학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문화적 효능,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상황을 알려면 점성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었다. 고대 중세 점성술에 대해 연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인들도 그 전반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별과 우주의…’이다.”

―구체적으로 점성술이 현대 과학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치나.

“현대 과학의 기준으로 보면 고대 점성술이 남긴 과학적 가치가 가장 높은 유산은 천문 현상에 대한 기록들이다. 기본적으로 점성술도 수많은 별을 관측해야 보편적인 흐름을 찾을 수 있다. 동서양 점성술사들이 남긴 기록은 현대 천문학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국 점성술은 역사가 깊다. 현대 과학적 가치를 설명한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겠다. 중국 현대 천문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시쩌쭝(席澤宗) 교수(저자의 스승이기도 하다)는 고대 점성술 기록을 바탕으로 신성(新星)과 초신성(超新星)의 흔적을 증명해냈다. 이는 세계 천문학계에서도 대단히 가치 있는 성과였다. 나도 중국 점성술 사료를 이용해 100여 년간 세계 천체물리학계를 괴롭혔던 천랑성의 색깔을 밝혀낸 바 있다.”

―책을 보면 별과 관련된 점성술에만 집중한다. 동양의 사주는 서양의 별점과는 다르지 않나.

“충분히 오해할 만하다. 하지만 동양의 사주팔자 역시 서양의 ‘산명천궁도’와 흡사하다. 별을 포함한 천체의 움직임에 인간의 생년월일을 대입해 행복과 재앙을 예언하는 건 마찬가지다. 다만 고대 중국을 보면 점성술은 국가의 대사를 예언하는 황실의 문화였다. 백성의 안위나 행복은 점을 치는 대상조차 될 수 없었다.”

―현대인들이 점성술 등 비과학적인 것들에 너무 경도된다는 지적도 있다.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이런 비과학적 술수를 진짜로 믿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본다. 그냥 그런 것들을 얘기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대다수 인간은 이성적 판단을 따르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가끔 생기지 않나. 여기에서 심리적 위안을 받는 정도를 너무 매몰차게 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별과 우주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먼저 점성술을 다뤘다고 점성술이 미래를 예언한다고 믿지는 말라. 다만 점성술사들 역시 천문학 지식에 경험과 지혜를 덧붙여 진리를 찾으려 노력했다는 점만 상기했으면 좋겠다. 또 이 책을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과거에도 지도자나 점성가들은 어떤 목적을 위해 점성술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성인은 신의 도리를 이용해 가르침을 펼친다’는 경구와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백성을 교화하고 인도하는 수단으로 점성술을 이용했다.”

―다음 저술이 기대된다.

“여기저기 관심이 많다. 물론 현재 ‘중국과학기술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어 곧 과학사 관련 연구결과들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중국성학(性學)학회’의 발기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니 이와 관련한 책도 써보고 싶다. SF 영화나 소설에도 흥미가 많다. 중국 잡지 등에 관련 평론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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