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다사이 떠 있는듯 ‘아찔’…양양 일현미술관 전망대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프랑스 포스티노 설계

구멍뚫린 격자 바닥…통유리창

경계없는 공간의 해방감 선사

《산과 바다와 하늘만 보였다.

구멍 숭숭 뚫린 15.6m 높이의 스틸 그레이팅(grating·격자) 바닥.

그 아래는 온통 푸른빛 잔디다.

시선을 아래로 두기 아찔해 저절로 고개가 위로 들린다.

앞면 통유리창은 바다와 하늘,

옆면 그레이팅 벽과 뒷면 유리창은 산과 하늘로 가득 찼다.》

강원 양양군 손양면 동호리 해변에 최근 문을 연 일현미술관 조각공원 전망대(높이 18.3m, 면적 51m²). 25일 둘러본 이 흰색 철골구조물은 외형만큼 간명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 전망대는 프랑스 건축가 디디에 포스티노(40) 씨가 설계했다. 포스티노 씨는 2006년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했던 작가. 2005년에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의 공공예술 프로젝트에서 ‘1평 타워(Misfit Tower)’를 디자인했다.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3개의 육면체 공간을 철 계단으로 이어 올린 ‘1평 타워’와 일현미술관 전망대는 많이 닮았다. 모두 기계적 이미지의 구조 미학, 용도가 미리 제한되지 않은 단순한 공간을 추구했다. 그러나 무대가 공원에서 해변으로 옮겨지면서 꼭대기의 전망은 비교할 수 없이 확장됐다.

포스티노 씨가 내건 이 건축물의 주제는 ‘하늘이 경계다(Sky is the Limit)’.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간 공간, 같은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느낄 수 없는 위치감각을 최대한 맛보게 하려는 의도가 잘 구현됐다.

이 구조물의 수평 플레이트는 지하철 환풍구 덮개와 같이 구멍이 뚫린 스틸 그레이팅이다. 1층에서도, 2층에서도, 3층 전망대에서도 고개를 들면 촘촘한 구멍 사이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발밑으로는 겹쳐진 바닥과 바닥을 통해 푸른 잔디와 회색 바위가 어른거린다.

철 계단을 통해 어느 한 구석 기댈 ‘경계’가 없는 공간으로 오르다 보니 울렁거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 건축물은 무료로 체험할 수 있지만 노약자와 임신부,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올라갈 수 없다.

가는 철골 뼈대 위에 나란히 얹힌 직육면체 트레일러 모양의 조망실 두 곳은 모양과 크기가 같다. 길쭉한 직육면체의 양쪽 끝을 통유리로 마감했고 나머지 4개 면(천장, 바닥, 길쭉한 두 벽)은 스틸로 마감했다.

하지만 스틸의 짜임이 다르다. 북쪽 조망실은 스틸 그레이팅으로 둘렀다. 그레이팅 벽은 구멍이 뚫려 있어 바다로부터 바람과 빛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천장과 바닥도 하늘과 땅으로 열려 있다.

앞뒤 통유리창은 각각 바다와 산을 향하고 있다. 유리에 바짝 붙어 정면을 응시하면 마치 바다 위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다.

남쪽의 조망실은 측벽이 미술관 본관을 향하고 있다. 건축가는 이 조망실의 4개면을 스틸 패널(구멍이 없는 넓적한 철판)로 둘렀다. 바닥, 천장, 길쭉한 벽이 모두 막혀 있으며 앞뒤 통유리창이 공간 내부로 빛만 통과시킨다.

포스티노 씨는 “이 두 방은 이란성 쌍둥이”라며 “스틸 그레이팅으로 된 조망실에서는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탈의 감각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4개 면이 막힌 조망실에서는 안정된 분위기에서 통유리 벽을 통한 무한한 해방감을 추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전망대 아래의 땅속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전시실이 있다. 이곳엔 설계와 시공 과정을 보여주는 도면 등 시각자료가 전시돼 있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주고받은 e메일을 읽으며 어떤 의사 조율과정을 거쳐 이 건축물이 탄생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033-670-8450

양양=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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