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28>惟將終夜長開眼, 報答平生未展眉

  • 입력 2008년 5월 28일 02시 59분


惟(유)는 오직 또는 유독의 뜻으로 唯(유)와 통용된다. 唯獨(유독)은 惟獨(유독)으로도 쓴다. 또 維(유)와 마찬가지로 말머리에서 아무 뜻이 없이 쓰이기도 한다. 思惟(사유)처럼 생각하다의 뜻도 있다.

將(장)은 행위나 상황이 장차 발생할 것을 표시한다. 때로는 장차라는 시기가 강조되고, 때로는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가 강조된다. 여기서는 후자의 경우로 풀이되며 ‘장차 ∼하리라’에 해당한다. 終夜(종야)는 밤새도록의 뜻이다. 長(장)은 여기에서는 항상의 뜻으로 常(상)과 통한다. 開眼(개안)은 눈을 떠 잠들지 않다, 즉 잊지 않음을 의미한다.

展(전)은 展開(전개)처럼 펼치다의 뜻이다. 展(전)의 부수인 尸(시)는 사람이 머리를 숙이고 등을 구부려 누운 모양을 본뜬 것으로 주검을 뜻하는데, 부수로 쓰이면 보통 인체나 동작 또는 집과 관련된 의미를 나타낸다. 眉(미)는 눈썹이다. 未展眉(미전미)는 눈살을 펴지 못했다는 뜻으로, 마음이 편안하거나 기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 구절은 20세에 시집와 7년 만에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시의 끝부분이다. 아내의 갖가지 노고와 덕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어, 오직 날마다 밤새워 잠들지 않고 아내를 생각함으로써 보답하겠다고 다짐한다.

부부가 영원히 헤어지면 유독 과거에 못해준 것이 떠올라 후회된다고 한다. 행복했든 고생스러웠든, 오래 살았든 그렇지 못했든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일찍부터 그 이치를 깨달아 실천한다면 그나마 조금은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으리라. 남편과 아내에 그 차이가 있을 리 없고, 부모와 자식 사이도 다르지 않으리라. 唐(당) 元유(원진)의 ‘견비회(遣悲懷)’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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