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정신’ 없는 세상? 삭막하지!…미래상상硏세미나

  • 입력 2008년 4월 1일 19시 28분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바보처럼, 바보처럼, 바보처럼~"

1일 오후 2시 반 서울 중구 신당동 충무아트홀의 컨벤션홀.

세미나가 열리는 이곳에서 가요 '바보처럼 살았군요'가 울려 퍼졌다. 노래를 부른 이들은 공연단체 '극장을 떠난 바보 음악가들'에 소속된 10인의 남성 성악가들. 세미나장 밖에서는 김병종 서울대 교수가 그린 '바보 예수' 연작이 전시 중이었다.

이날 공연과 전시는 '바보정신'을 주제로 미래상상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 세미나 제목은 '바보가 세상을 구원한다'.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는 "국민소득 4만 달러를 향해 달려가는 '국민성공시대'가 놓친 '바보정신'을 조명해 보고자 이 세미나를 마련했다"며 "'바보정신'은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진정한 사랑과 인간적 가치를 회복하자는 일종의 정신문화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 세미나에는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 배규한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조희문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 오세정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 등이 발표자로 참석해 '바보정신'의 의미를 평가했다.

'바보의 위안'을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선 이 교수는 "성장과 경쟁이 중요시되고 분배와 보살핌이 배제되다보니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다른 이의 어려움을 보살필 수 있는 '바보 정신'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바보 사회학'을 주제로 발표한 배 교수는 "'바보정신'은 현대 사회가 가져오는 스트레스와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황폐해진 현대인의 심성을 치유해주고 삶에 대한 애착과 희망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적의 누명을 쓸 줄 알고도 싸운 이순신이나 풍요와 호사를 버린 석가모니도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바보"라며 "우리가 추앙하는 위인들의 공통점은 바보 정신"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보 정신'에 대해 조 교수는 "찰리 채플린, 록키, 포레스트 검프 등 현대인에게 삶의 위안과 용기를 준 영화 캐릭터는 이렇게 우직했던 사람들"이라며 "승부나 득실을 계산할 줄 모르는 바보 같은 집념과 처세가 가져온 성공스토리에 사람들은 열광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안경환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경원 한국 창의력 교육학회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유성운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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