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프로이트, 히틀러의 광기에 맞서다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1분


◇광기의 해석/마크 에드문슨 지음·송정은 옮김/296쪽·1만3000원·추수밭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정신분석의 대가 지크문트 프로이트(아래 사진).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광기’를 들 수 있다. 한 사람은 광기를 부렸고, 다른 이는 광기를 해석했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오스트리아 빈이라는 공간이다. 1938년 히틀러는 빈을 점령했다. 당시 프로이트는 빈에서 암으로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생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었다.

이 책은 프로이트가 사망하기까지 마지막 2년을 다뤘다. 하지만 단순한 프로이트의 전기가 아니다. 책의 상당 부분은 1938년부터 이듬해까지 빈이라는 공간에서 기이하게 얽히는 프로이트와 히틀러의 일상을 교차해가며 짚고 있다.

히틀러는 나치즘을 위협하는 프로이트의 책을 불태웠고, 프로이트는 파시즘에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를 분석했다. 프로이트는 이미 히틀러가 독일에서 전면에 등장했을 때인 1921년 ‘집단 심리학과 자아 분석’을 통해 지도자의 역할과 군중의 행동을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는 인물을 찾아서 지배받기 원한다. 불안한 시기에 대중은 단 하나의 확실한 비전을 강조하는 지도자에게 이끌리기 때문이라는 것.

저자는 프로이트의 연구를 되짚어보면서 한 가지 메시지를 발견한다. 권위를 추종하는 대중의 심리는 결국 역사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말년의 프로이트는 ‘모세와 유일신’을 쓰는 데 남은 힘을 모두 기울였다. 종교와 정치의 가부장적 질서를 분석하면서 권위주의와 대중의 관계에 대한 경고를 담은 책. 저자는 “파시스트의 독선적 권위주의와 모세의 인간적 권위주의를 대비시킴으로써 세상의 모든 ‘히틀러’를 끝낼 방법을 제시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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