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43>白髮無情侵老境, 靑燈有味似兒時

  • 입력 200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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髮(발)은 머리카락이다. 侵(침)은 어떤 경계를 넘어 해치거나 핍박한다는 뜻이다. 侵犯(침범)은 남의 권리나 영토 따위를 범하는 것이고, 侵掠(침략)은 침범하여 약탈하는 것 또는 공격하는 것이다. 侵蝕(침식)은 점점 침해하여 허물어뜨리는 것 또는 몰래 남의 것을 빼앗아 차지하는 것이다. 境(경)은 장소나 지역 또는 境界(경계)나 境地(경지)를 뜻한다. 國境(국경)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 또는 그 경계의 안을 뜻한다. 侵老境(침노경)은 원하지 않게 노년에 들어섬을 의미한다.

靑燈(청등)은 푸른 불빛의 등이다. 靑燈黃卷(청등황권)은 푸른빛의 등불과 누렇게 바랜 책으로서, 고생스럽게 공부하는 생활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靑燈(청등)은 등불 아래에서 독서하는 것을 가리킨다. 味(미)는 맛이나 意味(의미) 또는 재미나 즐거움을 뜻한다. 味外味(미외미)는 입으로는 맛볼 수 없는 맛으로, 흔히 詩文(시문)에 깊이 함축되어 있는 맛이나 의미를 가리킨다. 似(사)는 비슷하다 또는 類似(유사)하다는 뜻이다. 兒時(아시)는 어린 시절이다.

세월은 무심하여 백발과 함께 나이가 드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그렇지만 불빛 아래에서 책을 읽다 보면, 눈은 조금 침침해도 자신이 노인이고 백발인 것만은 잠시 잊어버린다.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긴 겨울밤을 반 토막쯤 뚝 잘라낸들 그다지 억울할 건 없으리라. 책이야 새로운 것이든 오래된 것이든 무슨 상관이 있으며, 소설이면 어떻고 시집이면 어떻겠는가. 굳이 책이 아니고 영화라면 또 어떻겠는가. 옛날의 그 재미와 함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에 용감한 청춘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宋(송) 陸游(육유)의 ‘秋夜讀書每以二鼓盡爲節(추야독서매이이고진위절)’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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