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일까?… 보부아르 탄생 100돌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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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제2의 성’으로 유명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 그의 삶과 업적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1908년 1월 9일 탄생한 그는 남성 본위의 여성론을 정면 반박하면서 20세기 여성 해방을 이끌어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는다. 나아가 장 폴 사르트르와의 계약 연애, 동성과 이성을 가리지 않은 연애 등 파격적인 사생활로 당시 유럽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그런 인물답게 최근 재조명 과정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보부아르의 사상을 평가하는 책과 영상물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그의 치부에 대한 지적도 새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매체는 철학자나 작가로서 남긴 업적에 대한 평가보다 사생활을 들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중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가 최근호에서 보부아르를 특집으로 다루며 표지에 실은 사진이 가장 큰 논란을 낳고 있다. 발가벗고 거울 앞에 서 있는 보부아르를 뒤에서 찍은 흑백 사진이다. 일간지 ‘르 몽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매체가 이에 주목했고 여성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러나 잡지 측은 “신체로부터, 관념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했던 그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진”이라며 비난을 일축했다.

또 다른 주간지 ‘르 푸앵’은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 주고받은 편지를 새로 발견했다며 이를 통해 그들의 위선적인 모습이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보부아르가 여자 제자를 유혹한 뒤 사르트르에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속인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보부아르는 여자들에게 자주 거짓말을 했고 싫증나면 냉정하게 버렸다”며 “이런 점을 볼 때 보부아르를 계속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으로 추앙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보부아르의 사생활에 치중한 보도 때문에 현대 사상에 미친 그의 커다란 업적이 가려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한다. 보부아르의 전기를 쓴 학자 다니엘 살레나브 씨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올 한 해 동안 우리는 보부아르의 섹스 라이프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학술적 업적도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사람의 관심이 보부아르의 사생활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9일 파리7대에서는 그의 사상을 토론하고 저작을 평가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사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13일에는 영국 노섬브리아대에서 유럽과 미국의 학자가 대거 참가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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