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극작가 장정일’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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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장정일(45·사진)이 돌아왔다. 동아일보 신춘문예(희곡 부문)로 등단한 지 올해로 20년. 시인으로, 소설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끝내 순정과 열정을 바치고 싶은 곳은 희곡”이라고 힘주어 말해 온 그다. 그가 새 희곡집 ‘고르비 전당포’(랜덤하우스)를 냈다. 첫 번째 희곡집을 출간한 지 12년 만이다.

책상 앞에 전지를 붙인 뒤 앞으로 쓸 희곡 제목을 다섯 개나 붙여 놓고, 대구타워레코드에서 사은품으로 준 검은 하드커버에도 쓰다 만 희곡이 있는데, “대체 저 타워레코드가 문 닫은 지가 언제 적 얘기란 말인가?”라며 탄식하는 작가. 반가운 작품집에는 희곡 세 편이 묶였다. ‘일월’은 장편 ‘중국에서 온 편지’를, ‘고르비 전당포’는 장편 ‘보트 하우스’를 각색했다. 소설을 읽어 본 독자라면 희곡이라는 낯선 형식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듯싶다. 무엇보다 공간 이동이 많고, 새로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며, 극 사이사이에 영상을 집어넣는 등 전통적인 희곡과는 다른 형식이 눈에 띈다.

부친인 진시황으로 상징되는 권력과 폭력, 남성성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아들 부소가 여성으로 변하는 약을 먹어 버린다는 ‘일월’도 되새길 만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해바라기’와 ‘고르비 전당포’는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작가인데, 글쓰기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다가 손가락을 잘라 버린다. 장 씨도 이 극단적인 행위에 대해 설명을 더한다.

“손가락을 자름으로써 ‘손을 씻으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라는 더러운 습관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어요. 나를 괴롭히는 것은, 범죄자는 언제나 범행 장소로 되돌아온다는, 작가들의 더러운 운명이지요.”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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