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보면 더 재미있는 미술]알듯모를듯 ‘모나리자’미소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코멘트
오른쪽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나리자의 얼굴은 코끝부터 아래턱까지 길이가 이마에서 미간, 미간에서 코끝까지 길이보다 짧다. 이는 일반적인 미인형인 1:1:1 구조에서 크게 벗어났다. 김희진 교수는 “코끝부터 아래턱까지 길이가 짧을수록 나이가 어리게 보이는 동안형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김희진 교수
오른쪽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모나리자의 얼굴은 코끝부터 아래턱까지 길이가 이마에서 미간, 미간에서 코끝까지 길이보다 짧다. 이는 일반적인 미인형인 1:1:1 구조에서 크게 벗어났다. 김희진 교수는 “코끝부터 아래턱까지 길이가 짧을수록 나이가 어리게 보이는 동안형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김희진 교수
‘입으로 웃는’ 한국인의 미소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가면 누구나 찾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다. 사람들이 유독 이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까닭은 초상화에 등장하는 모델의 미소 때문이라고 한다. 미술사가들은 다빈치를 ‘최고의 미소 발명가’라고 꼽는다. 때론 웃는 듯 보이고, 때론 무표정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이는 미소의 비밀은 뭘까.

이달 27일 저녁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는 과학자와 미술전문가가 모여 모나리자의 미소에 얽힌 비밀을 풀어 봤다.

○ 웃음근육 뭉치가 입 아래쪽에 위치한 형태

모나리자의 작품 속 모델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다빈치의 이후 작품인 ‘성요한’과 ‘성안나와 성모자’의 웃는 모습과 확연히 다른 표정이다.

먼저 미소를 연구하는 김희진 교수가 그 이유를 분석했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눈과는 상관없어요. 눈만 보면 웃고 있지 않습니다. 해부학적으로 눈이 아니라 입이 웃고 있는 겁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얼굴 표정은 주로 눈과 입 주위 근육이 밀고 당기면서 생긴다. 웃음도 마찬가지다. 얼굴 볼 아래에는 입 주변의 근육을 잡아 올리는 큰 광대근이라는 근육이 있는데 이를 ‘웃음 근육(스마일 머슬)’이라고 한다. 사람의 입가에는 이 웃음 근육과 입 주변 근육이 모이는 ‘볼굴대’라는 부위가 있다. 그 위치가 웃는 인상을 결정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사람에 따라 볼굴대는 입을 기준으로 조금 위쪽에 있기도 하고 옆이나 아래에 오기도 해요. 서양인은 보통 위에,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주로 입보다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보이려면 이 부위가 한국인처럼 입 아래에 위치해야 한다는 점이죠.”

서양 미술에서 미인의 얼굴은 정수리에서 미간, 미간에서 코끝, 코끝에서 턱까지 거리가 거의 같다. 얼굴 심리학자에 따르면 코끝부터 턱까지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을수록 어리게 보인다. 김 교수는 “모나리자 얼굴은 코부터 턱까지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다”고 분석했다.

○ 윤곽선 흐려 사람마다 다른 느낌 유도

모나리자의 눈가와 입가의 윤곽선은 뜨거운 아스팔트에 피는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표현됐다. ‘스푸마토’라는 기법이다. 이명옥 관장은 “이전까지 원경과 근경을 가까운 것은 크게,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그리는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다빈치는 멀리 있는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이용해 거리감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유재준 교수가 나섰다.

“관람객들은 모나리자 미소를 볼 때 제각각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죠. 다빈치는 스푸마토 기법이 이를 효율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유 교수는 눈의 망막 뒤쪽 시신경에 연결된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를 예로 들었다. 원추세포는 색깔과 정지한 사물을, 간상세포는 명암과 운동하는 물체를 잘 인식한다.

“동물적 감각에 더 가까운 것은 간상세포입니다. 다빈치는 윤곽선을 희미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간상세포를 자극해 다양한 반응을 유도한 셈이죠. 물론 간상세포의 존재를 몰랐겠지만요.”

○ 매사 정확했던 다빈치가 왜?

다빈치는 예술가인 동시에 실험정신이 투철한 과학자였다. 하지만 매사 정확했던 그가 모호한 미소를 ‘발명’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유 교수가 재미있는 해석을 내놨다.

“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보지 못해요. 모나리자가 미소를 띤다고 생각할 때는 눈을 봤을 때죠. 그러나 눈만 보면 희미하게 그려진 입이 더욱 간상세포를 자극하게 됩니다.”

참석자들은 다빈치가 이상적 미를 추구하기 위해 ‘모나리자’에 다양한 실험적 요소를 적용했을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 관장은 “여전히 미술가에게 얼굴의 미소는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인상”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이 자리에는 물리학자인 유재준 서울대 교수와 얼굴 해부학 전문가인 김희진 연세대 치대 교수, 미술전시기획자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함께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