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20선]<13>지구온난화 이야기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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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체의 운명을 고려할 때, 어떤 것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지에 대해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15도인데, 그것이 1도 오르느냐 3도 오르느냐에 따라 수십만 종의 운명과 수십억 사람들의 운명이 갈린다.》

최근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온난화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이며, 대부분은 인간의 책임”이라는 내용의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IPCC이지만, 아직도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과학적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지구온난화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시각은 ‘환경주의자들이 현실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수억 년간 있어 온 자연현상의 일부에 불과하고, 현재의 기온 변화는 지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어떤 것이 타당한 주장일까? 일반 시민들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저명한 대중과학서 저술가이자 고생물학자인 팀 플래너리는 지금 시점에서 지구온난화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촌을 아울러 제1의 화두가 된 이후 관련 서적들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서 결코 과장되지 않게 현실을 직시한 책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팀 플래너리의 ‘지구온난화 이야기’는 우리에겐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팀 플래너리의 역저 ‘기후 창조자’의 다이제스트 격인 이 책은 우리가 지구온난화를 이해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친절한 이정표와도 같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이야기’는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이 반론을 펼칠 수 없을 만큼 지구온난화에 대한 명쾌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황금두꺼비의 멸종과 산호초의 위기 등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지구온난화는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점을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다.

기상학, 지구과학, 생태학, 기술공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 자체만으로도 읽는 이를 놀라게 하지만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대한 분석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를 위한 대중과학서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지구온난화 이야기’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고급 개론서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플래너리가 제시한 해결책들이 너무 일반 시민들의 에너지 사용 문제에 치중돼 있어 다소 단편적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노력과는 별도로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은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다. 앨 고어가 기후변화 문제는 윤리의 문제라고 갈파했듯이 아직은 정치 사회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들로 인해 ‘지구온난화 이야기’가 가진 미덕이 사라지는 건 결코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구온난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진우 환경정의 초록사회국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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