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컬러보다 더 진한 감동의 삶…‘색맹의 섬’

  • 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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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맹의 섬/올리버 색스 지음·이민아 옮김/400쪽·1만4000원·이마고

태어날 때부터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유전적 색맹들이 모여 사는 곳. 그런 곳이 있을까.

있다면 그곳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얘기다. 저자는 글 잘 쓰기로 유명한 영국 출신 신경과 의사. 신경질환 환자들의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정신의 이면을 탐구한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이미 그 실력을 평가받은 바 있다.

저자는 1990년대 중반 실제로 색맹의 섬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았다.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군도의 하나인 핀지랩과 폰페이. 색깔 없는 세계는 어떠한가에 대한 의사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저가가 핀지랩과 폰페이에 도착했을 때, 주민들이 모두 색맹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인구가 색맹이었다. 저자는 그 섬에서 색맹인 주민들을 진찰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색맹에 안타까워한다. 동시에 색맹을 보완해 주는 그들의 또 다른 감각에 놀라기도 한다.

이 책은 그래서 완전 색맹이라는 특이한 질병에 대한 의학적 보고서이자 그 색맹을 극복하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와 감동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색맹의 한계를 극복하는 색맹 사람들의 삶은 경이롭다. 저자는 그들이 만든 아름다운 깔개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색맹인 여인이 색맹인 어머니에게서 배운 기술로, 그것도 캄캄한 오두막집 안에서 섬세하게 섬유 깔개를 짜고 있다니. 저자는 밝기의 차이만으로 색을 구분하는 능력, 이 독특한 비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그곳 사람들은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더 잘 본다. 그래서 밤낚시를 즐긴다. 저자가 핀지랩의 색맹 아이들과 밤낚시를 하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깨끗하고 평화롭다.

색맹 어린이들의 공부법에 대한 관찰도 흥미롭다. 그들은 시력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청력과 기억력이 발달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색깔의 조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색맹을 단순한 질병으로 바라보지 않고 핀지랩과 폰페이라는 산호섬의 환경과 역사 속에서 바라보았다. 그래서 인간적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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