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과학적 도발’ 4차원 세상을 열다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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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예술의 만남’ 전시회

탤런트 서우, 예지원, 최강희, 가수 선미(원더걸스), 솔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4차원 소녀’라고 불린다. 튀는 발언이나 엉뚱한 행동으로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성격 덕에 붙은 별명이다. 보통 사람과 다른 차원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선(1차원)과 면(2차원), 공간(3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는 오래전부터 과학자나 예술가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과학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수학이나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하려 애썼고, 예술가는 독특한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이들이 이제 한자리에 모여 다른 차원의 세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과학과 예술이 서로 ‘윈윈’하자는 의미 있는 시도다.

○ 다차원 세계에 대한 공감

가로 세로 높이 각 30cm의 거울로 만든 상자들이 방 가장자리와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거울 하나하나에 옆 상자의 거울이 비치면서 방 전체가 확장돼 보인다. 오순미 작가가 제작한 ‘공간의 프랙털’이란 작품이다.

오 작가는 프랙털이라는 기하학적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프랙털은 같은 모양이 계속 반복되는 복잡한 구조. 세부 구조를 확대하면 전체 구조와 닮은꼴이 되는 특징이 있다.

“가느다란 줄을 멀리서 보면 1차원의 선으로 보이죠. 하지만 줄에 가까이 가 자세히 살펴보면 부피가 있는 입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3차원인 거죠. 이 작품에서도 거울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비친 다른 거울들이 있어요. 결국 작가는 거울로 프랙털 구조를 만들어 새로운 차원의 세상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차원의 세상은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돼 있어 아주 면밀하게 관찰해야 비로소 알게 되지 않을까요?”

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 서울대 물리학부 민동필 교수의 평이다. 작품의 의도가 물리학자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작품은 11일까지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관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2007 과학과 예술의 만남’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올해로 3회째인 이 행사에는 첨단 과학과 예술이 접목된 작품 65점이 전시돼 있다.

임정은 작가의 작품 ‘정육면체의 변화’는 가로 세로 각각 20cm, 두께 0.5cm인 유리판 70여 장에 정육면체를 그려 넣고 위아래 면에 서로 다른 색을 칠했다. 이들 유리판을 일정한 간격으로 벽에 붙여 놓고 조명을 비췄다.

민 교수는 “조명의 방향에 따라 여러 색과 모양의 그림자가 겹쳐 나타나면서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생겨 새로운 차원의 공간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에서 글자를 입력할 때 음영을 넣어 주면 글자가 튀어나오는 것같이 입체적으로 보이듯 말이다.

○ 피카소 입체주의, 당대 수학이론서 영향받아

4차원이란 개념은 미국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내놓으면서 처음 등장했다. 1차원의 시간과 3차원의 공간이 결합된 새로운 시공간이란 것.

상대성이론이 나온 20세기 초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입체주의라 불리는 화법을 시도했다. 보이지 않는 면까지 그림에 함께 표현하는 기법이다. 그림이라는 평면 안에 입체의 개념을 넣으려는 것이다.

민 교수는 “당시 영국의 수학계에서도 다차원의 시공간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며 “피카소가 물리학이나 수학의 다차원 개념에 영향을 받아 입체주의를 창안했을 거라는 추측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요즘 복제나 나노기술 같은 첨단 과학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예술가가 많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 하는 예술가에게 과학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신선한 자극제”라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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